
한 노숙인이 먹을 것을 들고 서울역 지하보드를 걸어가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서울시 동부병원 응급실 보조로 일하는 강모씨(65)는 한때 노숙자였다.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족들과는 헤어진 그는 노숙을 택했다.
강씨는 그러나 ‘서울형 노숙인 공공일자리’를 접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다. 그는 재기에 성공하기까지 보내준 지원을 갚아간다는 마음으로 3년째 영등포 보현종합지원센터에서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
강씨는 “노숙인 공공일자리는 그냥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일자리”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총 1860개의 ‘서울형 노숙인 공공일자리’ 지원에 들어간다고 20일 밝혔다.
노숙인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공동작업장, 공공일자리, 민간일자리 등을 마련하고 신용회복, 직무역량 강화, 생애설계 컨설팅 등을 통해 자활·자립의 토대를 놓아준다는 계획이다.
서울형 노숙인 공공일자리는 노숙인들이 일하는 습관을 기르고, 의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동작업장’ 근무부터 시작한다. 다음단계로 시간제 공공일자리를 거쳐 전일제로, 최종적으로는 민간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동작업장에서는 쇼핑백 접기, 장난감 조립 등을 하루 4시간 내외로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시간제 공공일자리로 넘어가면 하루 5시간씩 일하며, 근로습관과 능력이 형성됐다 판단될 때 8시간 전일제 공공일자리에서 시설관리, 행정보조 등 업무를 맡게 된다.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해에만 노숙인 1881명이 공공 및 민간일자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중 47.2%인 887명은 민간 일자리 취업에 성공했다.
- 지역 많이 본 기사
서울시는 “올해는 공동작업장 280명, 공공일자리 680명, 민간일자리 900명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쪽방촌이나 비적정 주거시설 거주자 가운데 근로의지가 있는 대상자를 발굴해 자활의욕이 높은 노숙인들이 시간제 및 전일제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미경 서울시 자활지원과장은 “공공일자리는 단순히 노숙인의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걸어 나갈 용기를 키워주는 디딤돌 같은 사업”이라며 “단기 유휴일자리 발굴, 사례 공유, 취업지원, 금융 유관 기관 등 연계를 통해 노숙인의 민간 취업 활성화, 자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