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2029년 개항) 변경 없는’ 사업재공고 촉구
“민간기업(현대건설) 이해관계에 휘둘리면 안 돼”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지연될 조짐을 보이자 부산시가 국토교통부에 ‘조건 변경 없는’ 사업 재공고를 촉구했다. 공사기간(84개월) 연장은 행정의 신뢰성을 해친다고 부산시는 주장했다. 국토부가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사기간을 늘려 재입찰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20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지연에 따른 부산시의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부산시는 “국토부가 수의계약 중단 절차에 착수했으나 입찰 조건을 위반한 해당 설계안을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 회부하고 추가적인 자문까지 진행하며 소모적인 행정절차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이어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안에 대한 심의를 신속히 종료할 것, 입찰 조건의 변경 없는 즉각적인 재공고를 시행할 것, 실현 가능한 사업추진계획을 조속히 제시할 것 등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84개월의 공사기간은 1년 8개월간 153억원을 들인 기본계획수립 용역과 60여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쳐 정부가 제시한 공사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현대건설 입장대로 공사기간을 늘려 재입찰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결정한 정책 기준을 스스로 뒤집는 것으로 행정의 신뢰성을 해치는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책사업의 기준이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국토교통부의 책임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달 28일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 기간이 기존 입찰공고의 84개월로는 부족하다며 공사기간을 108개월로 변경한 기본설계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부가 입찰공고에 명시된 84개월 내에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기본설계를 보완하라고 요구하자 현대건설이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설명자료를 국토부에 제시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2029년 말 개항에 맞춘 기존의 공사 기간으로는 난도 높은 공사를 안전하게 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방파제 건설과 바다 매립을 동시에 하도록 돼 있는 기본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7개월에 걸쳐 방파제 일부를 먼저 시공한 뒤 바다를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8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 13일부터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분석하고, 적정 공사기간을 검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국토부는 재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새 시공사 선정과 기본계획 변경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애초 목표로 했던 2029년 12월 개항은 불가능해진 셈이다.
재입찰을 하더라도 공사의 난도가 높고 기간이 촉박해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이 사업 입찰 때 경쟁구도가 이뤄지지 않아 네 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가덕도 일대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정부는 당초 2035년 6월 개항을 목표로 했으나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개항 목표 시점을 2029년 12월로 5년6개월 앞당겼다. 2023년 말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후에도 정부의 조기 개항 계획은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