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을 통해 1일 개최된 기술협의 경과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양국 입장을 교환하는 한편, 다음 주 기술협의를 개최하여 6개 분야에 대해 본격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트럼프발 관세’를 둘러싼 한·미 협상이 약 한 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양국 국장급 실무협의가 20~22일 미국에서 진행된다. 디지털 교역, 균형 무역 등 6개 의제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게 될 이번 만남은 대선 전 마지막 한·미 대면 협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장성길 통상정책 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정부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 무역대표부(USTR)와 2차 기술협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양국 국장급 실무자들은 지난 1일 1차 기술협의 이후 3주 만에 마주앉게 됐다.
이번 대표단엔 산업부 외에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했다. 양국의 기술협의는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미국 측 요구사항이 앞으로 이어질 기술협의에서 본격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6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여전히 추상적인 미국 측 요구사항에 대해 “입장권을 내라고 하는 상황”에 빗댔다. 그러면서 “기술협의에 들어가면 미국에서 요구하는 게 뭔지 확정짓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시 안 장관은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회담한 바 있다.
미국은 6개 분야 가운데 디지털 교역 분야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 국내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 대한 해외 사업자 접근 제한, 구글과 넷플릭스 등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의 ‘망 사용료’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경제 안보’ 분야에선 미국의 대중국 고립 동참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균형 무역’ 분야에선 그간 미국의 대한국 수출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져온 규제들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매해 지적돼온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는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가스 관련 부품 규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월령 제한, LMO 감자 수입 규제, 스크린 쿼터제, 약값 책정 정책 등이 있다.
한국 측은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앞세워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 철폐와 25%의 상호관세 면제를 요구 중이다. 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했던 그리어 대표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를 별도로 만나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두 기업과의 만남은 미국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다음 고위급 회담은 대선 이후인 6월 중순쯤 재개된다. 그간의 기술협의를 점검하고 합의가 불가능한 의제를 추려내는 작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감한 사안에 관한 결정은 차기 정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미 관세협상 기술협의 실무 총괄을 맡은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이번 기술협의를 통해 양측이 그동안 논의한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 호혜적 협의안의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국익 최우선 관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