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들과 시도교육감들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자고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경북대·부산대·전남대 등 지역의 9개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고 서울대와 협력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립대 총장과 교육감들은 “대입 병목을 넓혀 입시경쟁의 압력이 해소되면 초중등교육 현장에서 창의적 교육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또 “지역 인재의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완화돼 지역 인재가 지역 대학에서 교육받고 지역에 정주하며 지역 발전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대 교수회도 수도권 대학과 거점국립대의 공동학위제 등을 제안했다.
지역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여럿 존재한다면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이나 강남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 지역 청소년들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기업들이 수도권에 사업체를 둘 필요도 없어진다. 학벌 경쟁을 줄이고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는 일석이조의 정책인 것이다. 일본만 해도 오사카·교토대 등 지역 국립대는 자국 차원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런 대학이 지역 인재 육성과 지역 경제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립대 총장과 교육감들의 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서울대·거점대 공동학위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의 서울대 폐지 및 거점국립대 강화 공약 등과 일맥상통한다. 2007년 대선에서도 정동영 민주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공약했다.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를 제안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려면 각 대학에 매년 3000억원 이상 약 3조원의 지원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금도 매년 수십조원을 대학 교육과 지역 균형발전에 쏟아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많은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방 사립대가 학생 모집 등에 더 어려움을 겪을 우려도 있지만, 인공지능(AI) 등 특정 분야를 정해 국·공·사립을 가리지 않고 지원 대상을 선정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제언도 있고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일치하므로 차기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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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대학 총장과 교육감들이 20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