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김문수 국민의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배우자인 설난영·김혜경씨의 TV토론을 제안했다. “대통령 배우자의 영향력이 크지만 검증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민께 실망을 안긴 배우자 문제가 더 이상 반복되면 안 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제안 취지다. 대선 후보의 국정 비전을 검증하는 대선에서 선출직도 아닌 배우자를 검증하자는 황당한 주장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씨 의혹에 눈감았던 행태부터 사죄해야 옳다.
김 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영부인은 대통령의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공인”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과 철학은 물론 영부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견해를 국민 앞에 진솔하게 나눠달라”고 했다. 민주당은 “코미디 같은 제안” “정치쇼”라며 김 위원장 제안을 일축했다.
헌법상 직위도 없는 대통령 배우자를 공인으로 규정한 제안 자체가 정략적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재판을 받고 있는 김혜경씨와 이 후보를 흠집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김씨가 지난 12일 법인카드 부정 사용 혐의로 기소된 항소심 재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자, 설씨는 “남편의 경기지사 시절 개인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 배우자를 전형적인 네거티브 선거 소재로 삼은 것이다. 역대 최연소 비대위원장의 ‘놀랄 만한 변화’ 첫 실천이 배우자 검증이라니, 실망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마치 대선 후보 배우자를 러닝메이트로 보는 제안의 실효성을 떠나 과연 국민의힘이 ‘배우자 대선’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 묻게 된다. 가장 많은 논란을 낳은 대통령 배우자가 김건희씨다. 김씨는 지난 대선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명품백 수수,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김씨 의혹 제기를 정쟁화하며 특검법에 반대하고, ‘김건희 리스크’를 묵인·방치한 책임이 크다.
‘김건희 리스크’가 내란·탄핵의 뇌관이고, 내란 청산이 이번 대선의 과제란 걸 국민의힘은 새겨야 한다. 배우자 검증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당장 김건희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것이 먼저다. 김건희 리스크 해소가 정치개혁이고, 대통령 배우자 위상을 바로 세우는 첫 단추란 걸 명심해야 한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보 배우자 tv 생중계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