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나라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모두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민심이 흉흉하다. 들여다볼수록 심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지구촌에서는 일찍이 소멸된 이데올로기가 오로지 이 땅에서만 춤을 추고 있다. 서민들의 눈물까지 삼켜버리는 불평등이 곳곳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또한 사회 전반에 ‘차별’이라는 폭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런 음습한 토양에서 생겨나 급속하게 번진 진영 논리가 국민들을 편싸움에 내몰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정치 자체가 실종됐다. 술과 주술에 취한 권력은 몇번이나 제 살을 물어뜯었다. 그때마다 대한민국은 휘청거렸고, 용산에 모인 무리는 끝내 엽기적인 친위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불의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분연히 일어나 불법, 위선, 거짓에 맞섰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거리에서 은박지를 온몸에 감고 밤을 새웠다. 국민들은 키세스 시위대에 눈시울을 붉혔다. 어떤 포효보다 우렁차게 대한민국을 깨웠다. 그들은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전국에서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 농민 시위대를 경찰이 가로막자 남태령 고개로 달려갔다. 밤샘 농성 끝에 시위대의 길을 열었다. ‘남태령 대첩’이었다. 미래 주인공들이 미래로 가는 길을 열었다. 국민들은 내란을 평정하면서 우리 시대 젊은이들을 재발견했다.
청년들은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틀과 질서로는 자신들의 꿈과 이상을 펼칠 수 없음을 절감하고 있다. 20세기에서 일어난 혁명들도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이었다. 사회가 곪을 대로 곪으면 누군가 일어나 혁명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 주체는 늘 젊은이들이었다. 이 땅의 청년들도 사회의 병폐를 꿰뚫어보고 있다. 그리고 이번 내란을 물리치면서 연대의 힘을 확인했다. 자신들이 뭉치면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에는 상륙하지 않았(못했)지만 프랑스에서 1968년에 발발한 68혁명을 돌아보면 혁명은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었다. 청년들은 소수 엘리트의 우월감과 전횡에 절망했고, 그들을 비호하는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권력에 낙담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68혁명은 세계 질서를 뒤흔들었다. 연대하여 싸우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한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청년들은 소외된 계층과 약자들을 보듬고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인류에 그런 유산을 남긴 68혁명은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명언과 함께 지금도 진행형이다.
“68혁명은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묵직하게 묻는 시대의 물음이었다. 자본주의 생산체제와 분배구조, 그리고 그에 따른 물신숭배, 인간소외 등에 대한 저항과 비판이었다. 이런 문제들은 전후 세계 거의 전부가 겪고 있던 문제였기에 연소성과 전염성이 매우 강했다.”(김경집 <진격의 10년, 1960년대>)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여 ‘빛의 혁명’을 이루겠다고 한다. 시대의 어둠을 사르는 빛의 혁명은 성공할 수 있는가. 8년 전, 겨울 광장을 촛불로 밝혔던 촛불혁명이 떠오른다. 광장의 사람들은 촛불로 세운 정부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저들은 사방에서 어둠이 몰려와도 촛불을 켜지 않았다. 촛불의 감동이 사라진 촛불정권, 이제는 누구라도 촛불혁명을 입에 올릴 수 없게 되었다.
막상 정권을 잡고 보니 혁명이라는 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혁명은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야 하였기에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자신들이 움켜쥔 권력의 일부를 내놓아야 했기에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적당히 시늉만 내다가 나중에는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촛불은 사위었고, 혁명도 쪼그라들었다. 혁명이란 민중이 부수고 없앤 그 자리에 새것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못난 정치는 새것을 장만하지 못했다. 그렇게 기회를 놓쳤다.
내란 비호 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철퇴를 맞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모든 특권과 악습을 철폐한다면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청년들이 호응해줄 것이다. 지금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버린 온갖 부유물들을 치워야 하고, 그러면서도 그들을 부양해야 한다. 이제는 누추하고 더러운, 야비하고 음흉한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 이미 임계점을 넘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을 찾는 혁명, 생각만 해도 설렌다. 우리는 우리를 믿어야 한다. 여러모로 혁명하기 좋은 때이다.

김택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