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지난 3월13일 이 지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탄핵 기각 따른 복귀 두 달여 만에 이 “더 늦으면 정부 바뀌어…”
검찰 내 "대선 후 어차피 떠날 상황" 선제적 사표 분석
'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 항의성' 해석도
2023년 탄핵소추됐던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도 최근 사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이 20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헌법재판소가 두 사람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해 업무에 복귀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이들은 지난해 불기소로 결론 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동시에 사표를 낸 건 처음이다. 현직 검사 최초로 탄핵소추됐다가 헌재에서 기각된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도 최근 사의를 밝혔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업무 인수인계 등을 위해 당분간 출근한다. 사표 수리 절차를 거쳐 다음달 2일 퇴직 예정이다.
이 지검장은 김 여사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 뒤 김 여사를 지난해 10월무혐의 처분했다. 조 차장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건 맞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이 지검장, 조 차장을 탄핵소추했지만 헌재에서 기각됐다.
이 지검장은 “헌재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고 돌아오면 바로 사표를 내려고 했다”며 “후배들을 생각해 일단 돌아와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제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다. 더 늦으면 정부가 바뀌고 그러면 인사에 연연하는 사람이 되는 거라, 그걸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화돼서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라며 “이 지검장이나 저나 심신이 많이 지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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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에선 두 사람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수사 결정에 항의성 사표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고검은 지난달 25일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기수사를 결정했고, 검사 2명을 파견받아 3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 중이다. 이에 이 지검장은 “전혀 아니다”라며 “내가 그분(김 여사)을 보호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김 여사 기소로 판단이 바뀔 경우 이 지검장 등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은 성남지청장 시절 이 후보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수사를 지휘해 기소하기도 했다. 한 부장검사는 “어차피 대선 후 있을 인사에서 검찰을 떠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떠밀리듯 나가기보다 먼저 사표를 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 수사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징계 사유가 있으면 사표를 내도 퇴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