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미사일방어망 골든돔 구상을 발표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임기 내인 3년 안에 미국 본토 보호를 위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Golden Dome)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과정에서부터 북한·중국·러시아 등의 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같은 미사일 방공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골든돔 설계 구상을 확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완전히 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돔과 관련 “우주 기반 센서와 요격 무기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을 육상, 해상, 우주에 배치할 것”이라며 “역사상 최고의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골든돔으로 지상이나 우주에서 발사되는 극초음속 미사일, 탄도미사일, 첨단 순항미사일 등의 요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영원히 끝내는 것으로 성공률은 거의 100%”라고도 주장했다.
또 미국이 골든돔을 성공시키기 위한 “특급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의 성공, 심지어 생존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바깥세상은 상당히 악하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골든돔이 “미국을 위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골든돔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든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 미소냉전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적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스타워즈’ 구상을 추진했지만 예산 부족과 기술력 한계에 부딪혀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40년 전에 시작한 과업,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영원히 종식시키는 일을 진정으로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미사일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러 등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시스템 개발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돔 구축에 1750억달러(약 244조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이 발의안 세제·예산 법안에 관련 예산 250억달러(약 3조4660억원)가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골든돔 구상을 두고 실현가능성, 유효성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예산 1750억달러가 구상을 실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회예산처(CBO)는 우주 기반 요격체계 배치·운용에만 향후 20년간 1610억~5420억달러(약 223조~ 751조7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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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가 이스라엘의 400배에 달하는 미국에 아이언돔과 같은 방공 시스템이 적합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언돔은 영토가 작은 이스라엘이 단거리 로켓과 포 공격을 막기 위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으로, 러시아·중국·이란·북한 등 미국의 가상적국들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아이언돔과 같은 방식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측은 미국의 골든돔 계획에 대해 러시아와 협의가 필요하지만 ‘미국의 주권 문제’라는 반응을 내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것(골든돔)은 미국의 주권 문제다. 미국이 미사일 위협이 있다고 믿는다면 당연히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골든돔과 관련해 미국과 핵 회담 재개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