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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식으로 문학의 한 터전을 일궈내는 이들을 만나 왜 문학을 하는지 듣는다.

김 대표의 여러 이벤트가 성공하고, 미야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화차>가 만들어지는 등 작가의 인지도가 높아지며 이제는 출판하는 대로 금세 팔린다.

미야베의 책 중에서는 에도시대를 다룬 <외딴집>이 가장 판매가 많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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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어린시절의 축구공과 같아”

(4)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북스피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학의 한 터전을 일궈내는 이들을 만나 왜 문학을 하는지 듣는다.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홍민 대표. 북스피어는 일본의 추리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를 국내에 본격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준헌 기자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홍민 대표. 북스피어는 일본의 추리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를 국내에 본격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준헌 기자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을 갔다. 새로 간 학교에서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더라. 부모님께 비싼 축구공을 하나 사달라고 해서 학교에 가져갔더니 친구들이 놀아줬다. 공 하나만 있으면 아침부터 밤까지 놀 수 있고 낯선 사람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내게 문학이란, 어린 시절의 축구공과 같다.”

공놀이처럼 재밌는 문학을 추구하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를 지난 16일 경기 고양시 삼송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직원은 그까지 셋. 작지만 단단한 회사는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이번 대선 노동 의제로 급부상한 주 4일제를 일찍부터 시행 중이다. 그런데 정작 대표는 주말에도 일한다. 본인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말에 미야베 미유키 원고의 교정을 보는 일이 제일 즐겁”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나름 출판계의 스타였다. 일본 추리문학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를 국내에 본격 소개한 출판사로 유명하다. 2010년대 다른 출판사들은 많이 시도하지 않던 굿즈 판매, 독자 교정 이벤트를 포함해 출판을 위한 펀딩을 직접 시도하는 등의 도전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뉴스를 탔다.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 블로그에는 한때 하루 방문객이 1000명이 넘을 정도였다. 주로 실패한 연애담을 썼다. 독자와 소통하는 특이한 출판사 사장은 창립 10주년에는 타 출판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는 책을 직접 냈다.

20주년에도 몇 개의 이벤트를 내놨다. 먼저 지난달 진행한 미야베 원정단이 하나다. 그와 편집자, 독자 등으로 꾸려진 원정단이 일본에서 작가를 만나고 왔다. 희소식을 들었다. 김 대표는 “미야베가 2030년쯤 은퇴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니었다. ‘미시마야 시리즈’가 99편이 되어야 완성인데 이걸 완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괴담 시리즈 중 하나인 미시마야 시리즈는 현재 46편까지 나왔다. 미야베는 예전에는 손가락이 아프면 은퇴해야 하지 않을까 했지만, 지금은 인공지능(AI)이 발달해 말로 얘기하면 알아서 텍스트화되니 더 오래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얘기도 했단다.

김홍민 대표의 사무실은 단출하다. 벽돌을 쌓아 만든 책장과 누가 버린 것을 들고 왔다는 피아노가 놓였다. 김 대표는 최근 피아노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준헌 기자.

김홍민 대표의 사무실은 단출하다. 벽돌을 쌓아 만든 책장과 누가 버린 것을 들고 왔다는 피아노가 놓였다. 김 대표는 최근 피아노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준헌 기자.

덕분에 김 대표의 은퇴도 미뤄졌다. 그는 미야베가 은퇴하면 자신도 출판사를 그만두겠다고 해왔다.

“저도 소설가 지망생이었어요. 습작도 했고, 누구보다 책도 많이 읽었고. 그런데 미야베 작가 소설 같은 건 처음 봤어요. 추리 소설인데 범인이 처음에 등장해요. 누가 죽였는가는 안 중요하고 왜 죽였는가가 중요해요. 추리 소설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거예요. 나는 그런 소설을 못 쓸 거 같고 만들기라도 하자고 생각했어요. 작가의 첫 번째 책으로 <마술은 속삭인다> 판권을 계약하고 번역자한테 한 챕터씩 받아서 읽었어요. 너무 재밌어서 ‘미야베라면 어떤 책을 해도 되겠다’ 확신했어요. 그런 사람의 책을 만들지 못하면 편집자로서 시시해질 것 같아요.”

20년간 250종이 넘는 책을 출판했는데 그중 약 50종이 미야베 작가의 것이다. 첫 책은 켈트 신화의 최고 전문가라 불리는 프랑스 작가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 8부작이었다. 8권을 한 번에 냈다. 돈이 문제였는데, 지금까지 북스피어에 공동 발행인으로 있는 최내현씨가 통 크게 투자했다. 다행히 돈을 벌었다. 지금의 북스피어를 있게 한 책이다.

이후 미야베의 책은 판권을 가리지 않고 사들여 국내 출판했다. 초반 5~6년은 대부분 2쇄를 못 찍었다. 적자도 아니지만 이익도 없었다. 김 대표의 여러 이벤트가 성공하고, 미야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화차>가 만들어지는 등 작가의 인지도가 높아지며 이제는 출판하는 대로 금세 팔린다. 미야베의 책 중에서는 에도시대를 다룬 <외딴집>이 가장 판매가 많이 된 책이다. 출판사 전체로는 발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트위터에 책을 소개하며 화제가 된 김탁환 작가의 <거짓말이다>가 최대 판매 도서다. 대단한 성공까지는 아니지만, 회사는 이제 먹고 살기 문제 없을 정도로 안정됐다.

20주년 이벤트 두 번째 행사도 곧 열린다. 김 대표의 결혼이다. “정확하게 20주년 기념으로 결혼하는 겁니다”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블로그를 통해 독자 하객 선발도 했다. 약 100명이 지원해 10명이 뽑혔다. 그는 “떨어지신 분들은 곧 세 번째 이벤트가 있을 거다. 신혼여행 겸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팝업 서점을 할 건데 그곳에 오시면 된다”고 했다. 장난 같지만 진심으로 북스피어의 20주년을 자축하고 있다.

▼북스피어가 출판한 책

켈트 신화를 배경으로 한 장 마르칼의 소설 <아발론 연대기>,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 김탁환 작가의 <거짓말이다> 표지.

켈트 신화를 배경으로 한 장 마르칼의 소설 <아발론 연대기>,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 김탁환 작가의 <거짓말이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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