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 경향신문 DB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처방약 가격 인하 행정명령에 대한 후속조치를 발표하자, 제약·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은 “이 조치가 미국 내 영업에 긍정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셀트리온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의 약가 인하 행정 명령 후속 조치는) 고가의 의약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약가 인하를 유도하는 바이오시밀러는 목표 대상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처방이 확대될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원개발 의약품과 성능이 거의 같게 만들어진 복제약을 의미한다.
HHS는 20일(현지시간) 처방약의 최혜국 가격(MFN)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민 소득이 미국의 60% 이상인 국가의 가장 낮은 약가를 기준으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의약품에 대해 MFN을 설정한다는 행정명령을 낸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미 행정부는 약가 인상의 주요인인 의약품 유통 구조도 개선할 방침이다.
이에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 내 바이오시밀러의 경쟁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간 미 의약품 유통 구조 문제로 원개발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이 둘다 높게 책정됐지만, 앞으로는 원개발 의약품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특장점이 더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오리지널(원개발 의약품)의 가격을 내려도 생산 구조상 바이오시밀러가 가격경쟁력 면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진율 상승도 기대한다. 미 행정부가 직접 제약사와 함께 MFN 가격을 협상하는 만큼 리베이트 등이 줄고 오히려 마진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미국 의약품의 가격 인상은 제약사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사이 리베이트가 주원인이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줄면 마진율 자체가 높아질 수 있어 수익성도 좋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리한 환경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나 존재감은 미비한 수준”이라며 “미 행정부의 조치가 한국 기업의 호재로 이어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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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인지하고 있는 미국 의약품 시장 내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39억8000만달러 정도다. 미국 의약품 시장 전체의 규모는 2515억달러로, 한국 기업은 이 중 1.6%를 차지하고, 순위로 하면 16위에 위치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도 “(미국 내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실제 넓어질 것인지, 그 파이를 한국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은 불명확하다”며 “현재는 예의주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