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수본 계장 “전화 받고 윤승영에 보고”
“계엄법·시행령 보고 지원···‘이상하다’ 싶었다”
지귀연 부장판사, 접대 의혹 별도 언급 안 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지난 3월20일 조지호 경찰청장(왼쪽부터)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준헌 기자
12·3 불법계엄 당시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이 국군 방첩사령부의 ‘체포조 지원’ 요청을 보고받고 이를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윤 전 조정관에게 방첩사의 요청을 보고한 국수본 간부는 계엄법을 확인하고 “‘21세기에도 이런 법이 남아있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청장과 윤 전 조정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에 대한 6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계장은 지난해 12월3일 밤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두 차례 전화로 체포 인력 지원을 요청받았다. 이 전 계장은 “(구 과장의 목소리가)굉장히 당당했다”며 “당연히 우리(경찰)는 (방첩사가) 요구하면 해줘야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계장은 이 내용을 윤 전 조정관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전 계장은 구 과장과 통화를 마친 후 윤 전 조정관에게 전화해 “국회로 오는 방첩사 체포조를 인솔하고 같이 다닐 인력을 국수본에서 지원해달라고 하는데, 국수본에는 인력이 없으니 영등포 형사(에서 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윤 전 조정관이 자신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청장님께 보고드렸다. 상부로 명단을 보내줘라”라고 말했다고 이 전 계장은 밝혔다. 그간 검찰은 방첩사의 체포 지원 요청이 이 전 계장을 거쳐 윤 전 조정관에게 전달됐고, 조 청장이 윤 전 조정관으로부터 이를 보고받은 뒤 체포 지원을 최종 승인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전 계장은 방첩사 요청을 상부에 보고한 뒤 박창균 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에게 전화했다. 이 전 계장은 이 통화에서 박 전 과장에게 일선 형사들로 이뤄진 체포조 명단을 요구하며 “일이 커. 왜 너는 이럴 때 영등포에 가 있니”라고 말했다. 이 전 계장은 “수십 년 만에 대통령이 계엄 선포하고 방첩사에서 국회로 체포까지 한다는 것 자체가 나라에 뭔가 큰일이 터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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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계장은 ‘계엄 상황에서 경찰 수사 인력이 방첩사를 지원하는 점에 대해 기쁜 마음이었나, 부득이하게 따른다는 마음이었나’라는 조 청장 측 변호인의 질문에 “계엄 사항을 흔쾌히 할 수는 없고, 오로지 계엄법과 시행령을 보고 (지원)했다”며 “그걸 보면서 ‘21세기에도 이런 법이 남아있나, 좀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법령에) 해야 한다고 돼 있어서 법에 따라 (방첩사를 지원)한 것”이라고 답했다. 구 과장이 체포조 지원을 요청한 뒤 이 전 계장 등 몇몇 경찰 간부들은 계엄 관련 법령을 찾아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날 지귀연 부장판사는 자신을 둘러싼 접대 의혹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4차 공판을 시작하면서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 건 생각해본 적 없다”고 직접 밝혔다. 민주당은 곧바로 의혹 관련 사진 자료를 제시했다. 지 부장판사는 공개된 사진에 대해선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