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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축사 화재로 한농대 실습생 사망, 이런 비극 언제까지

돼지사육 축사에서 실습 중이던 19세 대학생이 화재로 숨졌다. 꿈 많은 청년이 채 피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 것이다.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5시 경남 합천군의 돼지축사에서 발생했다. 소방관들이 출동해 4시간 만에 진화했지만 이곳에서 실습 중이던 한국농수산대학(한농대) 학생 김모씨가 숨지고 동료 학생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부터 축사 인근에서 숙식하며 인공수정 등을 배우고 있었다.

한농대는 정예 농어업 인력 양성을 목표로 세워진 3년제 국립대이다. 2022년에도 경기 고양시의 화훼농장에서 현장실습하던 이 대학 학생이 배합기에 끼여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 6명, 2020년 4명, 2021년 7명, 2022년 6명, 2023년 4명, 2024년 4명 등 매년 평균 5명이 실습 중 크게 다쳤다. 2017년에는 한여름 에어컨도 없는 숙소에서 살며 농장주 폭언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실습생들 실태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한농대 학생들은 현장실습이 싼값에 인력을 부리려는 농장주들에게 악용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안전과 복지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졸업을 위해서는 실습 학점 취득이 필수여서 학생들은 업주의 불합리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고, 실습이라는 이유로 고된 노동을 하고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한농대 외에도 직업 교육기관 학생들의 사망 사고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2017년에는 제주 생수공장에서 혼자 일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압착기에 끼여 숨졌다. 2020년엔 목포해양대 실습생이 승선 중 사망했다. 2021년엔 전남 여수의 요트 선착장에서 특성화고 학생이 잠수 작업을 하다 숨졌다. 사고가 날 때마다 교육당국은 종합대책을 내놓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의 안전과 학습·노동권을 지켜주지 못하는 학교와 교수·교사는 존재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실습생을 학생이 아닌 값싼 노동력으로 여기는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난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가 827명이다. 며칠 전에도 경기 시흥시 SPC 빵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선 당장 기업과 경영자에게 강도 높은 처벌이 긴요하지만, 예비 노동자인 학생들의 노동인권과 산업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19일 오후 5시쯤 경남 합천군 아파트형 돼지 축사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와 함께 불꽃이 일고 있다. 이 사고로 이곳 축사에서 실습 중이던 19살 대학생이 화재로 숨졌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19일 오후 5시쯤 경남 합천군 아파트형 돼지 축사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와 함께 불꽃이 일고 있다. 이 사고로 이곳 축사에서 실습 중이던 19살 대학생이 화재로 숨졌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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