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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정치

나의 첫 대통령 선거는 노태우와 김대중, 김영삼 등이 붙었던 1987년이다.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유신체제와 전두환 정권이 연장된 것이다. 두 김씨가 힘을 합쳐 단일 후보를 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 낙심과 아쉬움이 꽤 오래갔다. 그래도 선거는 나의 유일한 정치적 관점 표명이자 민주적인 사회에 대한 발언 기회라고 여겼다. 그동안 세 명의 대통령은 내가 선택한 이가 됐고 나머지 셋은 내 의지와는 무관한, 다른 이들의 선택으로 뽑혔다. 기쁨과 절망이 그렇게 정확하게 반반을 이뤘다. 그간의 여러 대통령과 정부는 민주적이자 반동적이었고 진보적이자 퇴행적이었다. 이것이 번갈아 가며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대통령이 바뀌면 새로운 이념과 정책이 들어서고 그것은 내 삶까지 파장을 일으킨다. 정치는 나와 무관한 것이 결코 아니다.

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싶다.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고 국가권력의 폭력에서도 자유로우며 표현의 자유와 내 삶의 권리를 보장받는 동시에 모든 부당한 차별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는 곳에서 살고 싶다. 이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통령을 선출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몇몇 대통령과 정권 속에서 그것은 요원하기도 하고 심지어 내 삶을 황폐화하기도 했다. 나는 박근혜 정부 시절 신문에 쓴 칼럼으로 인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 여파는 내 삶과 일에 오랫동안 그늘을 드리웠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감시·통제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도 민주적인 정부가 출현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그런데 선택과 결정은 분명 시민들의 몫이다.

상당수 국민이 반민주적이고 극우적인 행태를 보이는 보수 정당의 대통령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시민은 보수언론과 재벌, 공안 세력이 반복 주입하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휘둘리는 시민들의 의식이 그 기반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독일 시인이자 미학자인 프리드리히 실러는 18세기 말 프랑스혁명이 실패로 끝나자 미학 혁명 없는 정치 혁명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인간의 미적 교육’을 주창했다. 예술을 통해 인간의 감성을 훈련함으로써 민주주의적 인간을 키울 수 있으리라고 본 것이다. 여기서 미학과 정치는 조우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통상의 정치는 기성의 감각 질서 안에서 그 질서를 다스리는 치안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참된 정치는 그 질서를 변혁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미학은 바로 이 감각 혹은 감성의 질서를 겨냥하는 학문이 된다.

미술 또한 기존 사물과 세계를 다시 보는 일과 관계한다. 보지 못한 것, 볼 수 없었던 것, 가려진 것들을 보게 하는 훈련인 동시에 무수한 관점과 차이를 지닌 것들을 포용하는 민주적 태도를 함양시킨다. 더불어 진정한 미술은 사물과 세계에 대해 새롭고 낯선 감각을 일으킨다. 기존의 강제되는 감각의 질서를 붕괴시키고 그 자리에 모호하며 생경한 것들이 밀려드는 걸 기꺼이 허용한다.

자신이 지니고 있던 관점만을 강제한다면 자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규격화된 삶의 틀과 지배적인 감성의 질서 안에서 빠져나와야 살 수 있다. 그래야 어제의 나와 다른 나를 밀고 나갈 수 있으며 지금 같은 현실이 아닌 다른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체제가 아닌 다른 체제를 꿈꿀 수 있다. 그 적극적인 실현은 결국 정치일 것이다. 미술적인 삶이라는 것도 실은 정치적 삶과 동일한 얼굴을 하고 있다.

박영택 미술평론가

박영택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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