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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이 자사주를 출연하고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주주가치 침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진칼은 자사주 출연 이유로 '구성원의 생활 안정 및 복지 향상'을 들고 있고, 교환사채도 '협업'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자사주 출연과 LS의 교환사채 발행 모두 모두 호반그룹에 맞서 총수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 일가가 지배력을 방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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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면 자사주 마음대로 써도 되나요? 한진칼은 지금 ‘밸류다운’ 중

자사주, 사내기금 출연…LS와 교환사채 계약

‘적대’ 호반건설이 지분 늘리자 지배력 방어 차원

“주주 돈으로 지배력 방어한다는 비판”

‘지배구조 개선’ 공시에 역행 지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신규 CI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신규 CI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이 자사주를 출연하고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주주가치 침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호반건설의 지분 확보로 조원태 회장 등 총수일가의 경영권이 위협받자 주주의 돈으로 지배력 방어에 나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나 이사회의 중립 의무를 규정해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칼은 지난 15일 지분 0.66%(44만44주)에 해당하는 약 663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고 밝혔다. 이어 16일 LS(주)가 대한항공에 표면이자율 0%로 650억원 어치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한진칼은 자사주 출연 이유로 ‘구성원의 생활 안정 및 복지 향상’을 들고 있고, 교환사채도 ‘협업’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자사주 출연과 LS의 교환사채 발행 모두 모두 호반그룹에 맞서 총수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 일가가 지배력을 방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진칼이 이같은 행보를 보인 건 과거 경영권 분쟁을 벌인 호반건설이 조 회장 등과 지분 격차를 1.5%포인트로 좁히면서다. 호반건설은 지난 12일 한진칼 보유 지분이 17.44%에서 18.46%로 높아졌다고 공시했다. 한진그룹과 지분 공동보유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산업은행 몫의 지분을 빼면, 4월 말 기준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19.96%로 호반건설과 1.5%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델타항공(14.9%)과 한국산업은행(10.58%)의 지분이 우호지분으로 분류돼 당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조 회장으로선 위기감이 커진 셈이다.

총수면 자사주 마음대로 써도 되나요? 한진칼은 지금 ‘밸류다운’ 중

문제는 한진칼의 결정이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할 뿐 회사와 전체 주주에겐 실익이 없다는 점이다.

우선,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사내기금)에 출연하면 의결권이 생긴다. 한진칼의 경우 회사의 자금으로 사들였던 자사주를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하면서 총수에게 우호적인 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천준범 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을 명분으로 우호적 지분을 늘리는 것은 빙공영사(공적 일을 핑계로 개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교환사채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이 교환사채를 행사해 LS 주식으로 전환하면, 한진그룹과 전략적 협업관계인 LS그룹이 행사된 주식 만큼 자사주를 팔고 그 돈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백기사’가 되어줄 수 있다. LS와 한진그룹 모두 ‘공공의 적’ 호반그룹을 상대로 지배력 방어에 유리해지는 ‘묘수’인 것이다.

이 역시 대한항공으로선 표면 이자율 0%, 만기 이자율 2%로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 아니어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되어야 할 자금이 지배주주 위해 부당하게 동원됐다”며 “교환사채 인수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닌, 모회사 한진칼의 지배주주를 위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진칼은 지난 2월 밸류업 공시(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와 달리 이사회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지배구조도 개선되지 못한 셈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시행되는 밸류업 프로그램만으론 자본시장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회사 주주의 돈 전체로 산 자사주가 총수 일가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이사회의 중립 의무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천 부회장은 “판례나 법안을 통해 주주 간의 지분율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선 이사회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되고 지분 관련된 거래를 승인하지 않는 것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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