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건조한 구축함 진수식에서 사고 발생
김정은 “국가 존위와 자존심 추락시킨 것”
합참 “최현함과 유사…바다에 넘어져 있어”

북한이 지난 15일 청진조선소에서 구축함 건조를 마치고 진수를 준비하는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통일부 제공
북한이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의 진수식을 개최했지만 함정이 파손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고를 지켜보면서 “심각한 중대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청진조선소에서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의 진수식이 진행됐다고 22일 보도했다. 통신은 그러나 구축함 진수 과정에서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해 대차(함정을 이동할 때 사용되는 바퀴가 달린 차) 이동의 평행성을 보장받지 못한 결과, 함미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돼 좌주(좌초)됐다”라며 “일부 구간의 선저파공(바닥구멍)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돼 함수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육지에서 구축함을 대차에 실은 뒤 옆에서 밀어서 해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함정이 균형을 잃고 기울면서 파손됐다는 뜻으로 보인다. 관련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사고 과정을 지켜보고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생산된 도저히 있을 수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 행위”라며 엄중한 평가를 내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고를 두고 “우리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다음달 소집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당 중앙위 정치국은 올해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사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달 하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김 위원장은 “구축함을 시급히 원상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며 전원회의 이전에 “무조건 완결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반드시 청진조선소와 라진조선소 로동계급의 불같은 애국충성과 노력적 헌신이 국방력 강화에 이바지한 긍지 높은 위훈으로 빛이 나도록 하여야 한다”라며 사고 조사에 관해 중요 지시를 내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이번 사고 소식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즉각 실었다. 이는 사고 원인이 함정 건조 등 고난도 기술 문제가 아니고, 공개를 통해 내부 기강을 다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 전까지 복원하라고 지시한 점에 비춰 불능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실패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책을 통해 내부 기강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함의 진수 사흘 만에 진행된 첫 무장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4월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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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진수식을 진행한 함정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진수한 최현함과 동급의 구축함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당시 최현함을 “5000t급 신형 구축함”이라고 소개하면서 내년 초에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위상배열 레이더가 탑재된 것으로 보여 ‘북한판 이지스 구축함’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현함의 진수식은 이번과 달리 ‘드라이독’에서 건조를 마치고 여기에 물을 채워 부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한국 해군도 이런 방식으로 함정을 진수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크기나 규모를 볼 때 최현함과 비슷한 장비를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진수에 실패한 이번 구축함은) 현재 바다에 넘어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