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환경

윤영빈 우주청장 “화성 진출 TF 가동…한국 강점 기술 발굴”

입력 2025.05.22 12:09

수정 2025.05.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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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기자

트럼프 행정부 ‘화성 중심 우주정책’ 대응

윤 청장 “로봇, 자동차, 통신, 반도체 주목”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지난 21일 경남 사천시 우주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주청 제공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우주청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간의 화성 진출에 필요한 한국 기술을 찾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화성 진출에 활용할 수 있는 국내 기술을 매개체로 화성 유인 탐사에 적극성을 보이는 미국과 협력을 추진하려는 복안이다. 달 진출에 우선 집중한 뒤 차후에 화성에 간다는 한국 우주계획의 기존 흐름에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1일 윤 청장은 경남 사천시 우주청에서 개최된 개청 1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기존 우주 계획은 달을 먼저 탐사하며 습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화성에 진출하는 단계적 방식이었다”면서 “최근 이를 다시 고민하기 위해 우주청에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달과 화성 탐사를 동일한 시점에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발표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에 따라 2032년 달에, 2045년 화성에 무인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해 3월을 전후해 구성된 TF에는 우주청 소속 전문가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자는 우주청 부문장(국장급)이 맡았다.

TF가 구성된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 우주계획의 핵심 파트너인 미국의 변화한 우주정책 때문이다. 올해 1월 취임 때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성 유인 진출을 강조했다. 그가 이끄는 백악관은 이달 초 내년 미 항공우주국(NASA) 예산을 발표하면서 한 번 쏘는 데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가 드는 달 유인 탐사용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을 조만간 폐기하도록 했다. 달 상공을 도는 우주정거장 ‘루나게이트웨이’는 건조 계획 자체가 무산될 운명에 처했다.

반면 화성 유인 탐사 프로그램에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가 신규 투입됐다. 달 유인 진출에는 브레이크가 걸린 반면 화성 유인 진출 가능성은 갑자기 커진 것이다.

윤 청장은 “TF에서는 한국의 로봇, 자동차, 반도체, 통신, 철강, 조선 기술 등을 화성 유인 탐사와 연계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화성에 가려면 발사체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상주 기지와 지상 교통 수단, 식량 생산 장비 등이 필요하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기술을 미국에 선제적으로 제시해 ‘우주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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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청장의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한 달이 지났던 올해 2월과 결이 다르다. 윤 청장은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달을 기지로 만든 뒤 화성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달이 우선이라는 한국 우주정책 역시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미국이 화성 중심의 우주 진출, 그것도 유인 탐사 계획을 예상보다 강하게 밀어붙이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청장은 “최근 미국 스페이스X에서 내년이나 2027년 화성에 보낼 자신들의 로켓에 한국 탑재체를 실을 의사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며 “지속적인 국제협력을 통해 화성에 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