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수도 유대인 박물관 근처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을 받아 사망한 현장에서 한 남성이 경찰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유대인 단체 행사 직후 총격을 받고 숨졌다. 범행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쳤다.
패멀라 스미스 미국 워싱턴 광역경찰국장은 22일 오후 9시8분(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수도 유대인 박물관’ 인근에서 이스라엘 대사관의 남녀 직원 각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해당 박물관에선 유대인 단체 미국유대인위원회(AJC)가 주최한 행사가 열렸고 피해자들은 박물관에서 나오던 길이었다. ‘AJC 액세스’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22~45세 유대계 청년 전문가와 외교관을 잇는 자리였다. 사건 발생 장소는 워싱턴 중심지로 반경 2㎞ 이내에 백악관, 국회의사당, 연방대법원, 연방수사국(FBI) 워싱턴 사무소 등이 있다.
스미스 국장은 용의자가 박물관을 떠나던 네 명에게 다가가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사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피해자들은 이미 의식을 잃고 숨을 쉬지 않았다.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피해자들이 약혼을 앞둔 젊은 커플이며, 사망한 남자는 다음 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여자친구에게 청혼하기 위해 이번 주에 반지를 샀다고 말했다.
워싱턴 경찰은 용의자가 시카고 출신의 30세 남성 일라이어스 로드리게스인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체포된 후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두 명이 반유대주의적 이유로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총리가 전 세계 외교공관의 경비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반유대주의에 기반한 이 끔찍한 워싱턴 살인 사건은 지금 당장 끝나야 한다”며 “증오와 급진주의는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 공격이 반유대주의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우연은 없다. 불행히도 ‘성공적인’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지상작전을 재개한 상황에서 이번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이스라엘 외교관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이어진 수십년간 친팔레스타인 무장세력 등의 표적이 돼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