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간담회 이후 2주 만에 마련
“감세 등 많은 면에서 과감하게” 발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경제5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저의 가장 큰 약속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에 기업의 각종 민원을 전담하는 수석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연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가 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경제를 하고 정부는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촉박한 선거 일정으로 경제5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간담회 이후 2주 만에 마련됐다. 행사장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경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을 비롯해 20여명의 기업인이 자리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했고, 이날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함께했다.
김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을 언급하며 “당시 SK가 최태원 회장 인수 전이라서 은행 관리 상태였는데 ‘첨단 기업은 반드시 주인이 있어야 발전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공무원들이 ‘도와주다가 오해받지 않느냐’ (했지만) ‘돈 안받고 접대 안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삼성전자 평택 고덕단지도 조성원가 (㎡당) 46만원에 드렸고, SK도 이천 공장에 신공장을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감하게 대한민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처벌 위주의 중대재해처벌법 또는 노란봉투법 같이 불법 파업에 대해서 손해배상 소송을 못하게 하는 법을 어떻게 입법할 수 있느냐”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제언 시간에 경제5단체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필요성을 강조하고 미국발 관세전쟁 대응 등을 요청했다.
먼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는 말씀에 공감한다”면서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일본과의 연대’를 제안했다. 최 회장은 “저성장과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문제 해결 비용과 에너지 비용 등을 (한·일이) 분담한다면 비용을 서로 줄일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 경제는 1.7조 규모지만 일본과 연합하면 6조달러 이상 규모가 된다. 1% 성장한다 해도 1.7조에서 1%와 6조에서 1%는 사이즈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고급두뇌’ 5000만명 유치, K-컬처 등 소프트웨어 산업화 등도 제안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건설업과 스타트업 지원책을 건의했다. 류 회장은 “건설업이 굉장히 어려운데 미국이나 일본이 뭘 했는지를 보면 랜드마크를 많이 지었다”면서 “미국은 구단이 30개 있어서 20개 정도 구장 지으니까 내수경제 살아나고 발전했는데 우리도 그런 걸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에선 스타트업을 큰 기업과 연결시켜준다. 젊은 세대가 꿈꾸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대기업과 연결시켜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법정 정년 연장, 주 4.5일제, 노란봉투법 등에 대한 재계 입장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은 고령 인력에 대한 부담을 높여 청년층 신규 채용 기회를 축소할 것”이라면서 4.5일제에 대해서도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은 노사 합의를 통해 기업이 자율성 발휘하는 방향으로 논의해달라”고 했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서는 “원청을 하청 노사관계 당사자로 끌여들여 산업의 생태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윤진식 무협 회장은 미국의 관세전쟁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시급한 현안 중 하나”라며 “한 차례 유예된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민·관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대미 아웃리치를 통해 우리 산업의 입장이 충분히 개진되길 바라고, 민·관이 하나의 목소리 내도록 새 정부는 기업과 긴밀 소통하며 대응책 마련하길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최진식 중견련 회장은 상속·증여세 문제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대기업은 인프라가 국내에 많아 ‘엑시트’하기 쉽지 않지만, 중견기업 정도는 가볍게 ‘엑시트’할 수 있다. 기업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에) 남아있을 일이 없다”고 상속·증여세 감세를 에둘러 주장했다. 이어 “보수의 가치는 국방과 외교에 있다”면서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고리, 월성에 있는 웨이스트(방사성폐기물)를 재처리해 전력 단가를 낮췄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5단체장들의 제언을 들은 김 후보는 “전적으로 제 생각과 같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실 안에 기업의 민원을 전담하는 담당 수석을 두고 집중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땅값이 너무 비싼데 (기업에) 제대로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최소한 싱가포르보다는 경쟁력이 더 있을 수 있도록 감세 등 많은 면에서 과감하게 해야 한다”면서 “미국과의 관계의 경우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소중하냐 하는 부분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