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2일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1380원대를 기록했다. 한·미 환율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미국 재정적자 우려로 인한 달러 약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한때 1500원을 넘볼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하는 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내린 1381.3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5일(1378.6원) 이후 최저치다.
환율 하락엔 한·미 환율 협의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했다. 특히 전날 오후 늦게 미국이 한국에 원화 절상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환율이 급락해 1371.8원에 야간거래를 마쳤다. 기획재정부는 “한·미 양국은 외환시장 운영 원칙 및 환율 정책에 대해 상호 간의 이해를 공유하고 다양한 협의 의제를 논의하고 있고, 이 이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전혀 없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날 개장 직전 미국과 일본 재무장관 회담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은 야간거래 종가보다는 올랐다. 미·일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만나 환율은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에 엔화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양국은 구체적인 환율 수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은 미국이 아시아 통화 절상을 유도할 것이라는 시선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서독 등 복수의 국가가 모여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키로 한 1985년 ‘플라자 합의’ 방식은 아니지만 미국이 개별 국가의 통화정책, 외환시장 개입 등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무디스가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뒤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며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환율 하락 배경이다. 김서재 신한은행 연구원은 “재정적자 우려가 간밤 미국 국채 20년물 입찰 부진, 미국 국채 가격 급락, 달러인덱스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재정적자 우려에도 감세안을 추진하고 있어 달러 약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자산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이날 코스피 지수도 전날보다 31.91포인트(1.22%) 내린 2593.67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종가가 26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7일(2577.27) 이후 보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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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미국 고용 등 실물지표 부진이나 비달러 통화 절상 압력까지 겹칠 경우 달러 약세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7월8일 상호관세 유예 종료 등 주요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환율 변동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