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발 ‘재정 리스크’로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코스피는 미국발 악재에 보름 만에 2600선을 내줬고, 달러 신뢰 약화를 반영해 환율은 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안에 대한 의지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 혼란도 점차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1.91포인트(1.22%) 내린 2593.67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종가가 26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7일(2577.27) 이후 보름 만이다. 10.92포인트(0.42%) 떨어진 2614.66에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장 초반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가팔라지면서 낙폭이 점차 확대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현물 4857억원, 선물 5239억원을 순매도하면서 현·선물을 합해 1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5.9원 내린 달러당 1381.3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5일(1378.6원) 이후 최저 종가로, 장중 1368.9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피와 환율 모두 떨어진 것은 미국발 재정 리스크의 영향이 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법안 추진 등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심화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 채권금리 상승과 증시 하락으로 전이됐다”며 “국내증시도 자산시장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해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에 나섰다”고 말했다.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21일(현지시간) 연 5.09%까지 오르면서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장기 금리는 경제 상황과 재정 건전성 등을 반영하는데, 최근 재정적자 우려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와중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안을 추진하며 시장의 우려가 커진 것이다.
최인 서강대 명예교수는 “시장에서 트럼프 정부가 감세하면 불안해져 국채를 사지 않겠다는 신호를 이자율로 보내주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기 두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에 대한 불신도 확산되면서 달러와 미국 주식, 채권 모두 약세를 보이는 것이 금리 상승을 부채질 했다.
장기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외에도 일본 국채금리도 재정적자 우려를 반영해 치솟으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에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됐다.
일본 닛케이225(-0.84%), 대만 가권(-0.64%) 등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재정 우려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이날 오전 연 2.799%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이다.
관건은 ‘감세안’이다. 공화당이 추진하는 감세안이 통과될 경우 재정적자 우려가 더욱 심화되면서 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불안심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계속 금리가 뛰면 경제가 위축되고,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며 “공화당이 감세안을 포기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장기 국채금리가 올라간 상태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