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12·3 내란을 수사 중인 검찰이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문건’ 등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인 신분이던 노씨가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등에 관여한 수준을 넘어 막후에서 비상계엄 책사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월11일 작성한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상원 작성 문건들의 유사성 검토’라는 수사보고서에서 “대통령 윤석열과 국방부 장관 김용현은 비상계엄 과정에서 하급자들에게 국방부 일반명령, 비상계엄 선포문, 포고령 1호, 쪽지 등을 건네주며 비상계엄에 관한 후속 조치 등 관련 지시”를 했다며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노상원이 작성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노씨가 작성한 문건들과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의 서체·표기·특수문자 사용 방식이 같다는 것이다.
김용현 전 장관은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철진 전 국방부 장관 보좌관은 검찰에서 “김 장관이 집무실에서 워드 치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도 김 전 장관 주장을 믿기 힘들다고 봤으니 노씨가 작성한 문건들과 비교해 비상계엄 문건 작성자를 특정하려 시도했을 것이다. 최상목 전 부총리는 윤석열에게서 ‘비상입법기구 문건’을 받았다고 하는데도, 윤석열은 문건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식으로 발뺌했다.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 실체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런 중대 범죄에 윤석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문건 작성자가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검찰 추정대로 노씨가 비상계엄 문건 작성자가 맞다면 ‘노상원 수첩’에 적힌 내용도 내란 주도 세력과 교감하며 실행을 염두에 두고 작성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노씨는 70쪽 분량의 이 수첩에서 1차 수집 대상을 ‘여의도 30~50명 수거’ 등 500여명이라고 했고, ‘확인 사살 필요’ 등 처리 방법을 적었다. ‘엔엘엘(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 북한을 끌어들이려는 대목도 곳곳에 있다. 내란 세력이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려고 북풍공작까지 획책했다면 외환죄에 해당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다. 검찰이 못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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