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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며 20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았던 조세 소송을 헌재가 최근 다시 심리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세청도 세금부과를 취소하지 않자 KSS 해운은 "국세청의 부작위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현재 헌재가 심리 중인 세 번째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이나 재판취소 결정을 따르지 않는 사례는 반복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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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법과 21년 기싸움 한 ‘60억 조세소송’ 심리 중···‘재판소원’ 힘 싣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성동훈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성동훈 기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며 20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았던 조세 소송을 헌재가 최근 다시 심리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을 헌재가 뒤집을 수 있는지’를 두고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와 대법원의 기싸움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제도를 추진하자 헌재가 힘을 싣는 분위기다. 헌재와 대법원의 오랜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21년간 법원 재판 → 헌법소원 → 재심 → 헌법소원 반복

헌재는 KSS해운이 지난 4월14일 제기한 행정부작위 위헌확인 소송을 지난 13일 전원재판부로 회부해 심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헌재와 대법원이 서로 엇갈린 판결을 내리면서 21년간 갈등을 빚던 사건이다. 대법원이 KSS해운에 패소 판결을 확정한 후에 헌재가 판결을 취소하고, 이후 재심청구를 다시 대법원이 기각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사건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SS해운은 198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전제로 법인세를 감면받았지만 상장기한을 지키지 못해 2004년 65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KSS해운은 세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2011년 최종 패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KSS해운은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09년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대법원판결이 이미 확정된 후인 2012년에 세금 부과의 근거였던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의 실효가 이미 만료됐다며 한정위헌 결정(법률 해석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판단을 수용하지 않았다. KSS해운이 위헌 결정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하자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은 재심사유가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KSS해운은 재심기각 판결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다시 냈다. 헌재는 2022년 기각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단을 또 한 번 뒤집었다. KSS해운은 같은 해 8월 재차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현재까지 선고를 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판결에 따라 국세청도 세금부과를 취소하지 않자 KSS 해운은 “국세청의 부작위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현재 헌재가 심리 중인 세 번째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한정위헌’ 둘러싼 헌재와 법원의 해묵은 갈등…‘재판소원’으로 불붙나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이나 재판취소 결정을 따르지 않는 사례는 반복돼왔다. 헌재 결정을 인정할 경우 3심제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는 논리다.

그렇더라도 헌재가 ‘대법원이 헌재 결정에도 아무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헌재는 KSS해운 사건을 포함해 대법원이 헌재 결정에 따라 재심 청구가 접수됐는데도 장기간 선고를 하지 않고 있는 사례가 총 5건이라고도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가 재판 취소 결정을 해도 법원에서 권리 구제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공유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하고 있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제도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내면서 “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재판소원 청구를 허용하고,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가처분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소원 대상인 공권력 행사에 입법부와 행정부는 포함되는데 사법부만 왜 빠지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다”며 “다만 정치권에서 제안하는 재판소원 제도가 실질적으로 국민 권리 구제의 취지대로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헌재가 검토해 온 의견들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쪽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소원은 개헌 없이 섣불리 법 개정만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4심제처럼 운영된다면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가 될 수 있어서 국민 권리 구제의 실익이 있는지 잘 따져보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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