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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9년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에서 586 세대가 차지하는 역할을 분석했고, 2021년 <쌀 재난 국가>에서는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의 기원이 '벼농사 체제'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한국 사회라는 '소셜 케이지'에서 탈출할 수 있는 엑시트 옵션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셜 케이지란 "한 인간이 특정한 사회적 관계나 집단, 조직을 탈출하고자 할 때, 이를 좌절시키거나 단념시키는 '심리적-제도적-환경적 장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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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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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한국 사회, 개인의 ‘탈출 옵션’ 늘려라

인공지능의 확산, 저출생과 고령화, 이민자의 증가는 향후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구조적 변동 요인이다. 사진은 인간과 AI를 탑재한 로봇이 일자리를 놓고 면접을 보는 상황을 챗GPT로 구현한 이미지다.

인공지능의 확산, 저출생과 고령화, 이민자의 증가는 향후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구조적 변동 요인이다. 사진은 인간과 AI를 탑재한 로봇이 일자리를 놓고 면접을 보는 상황을 챗GPT로 구현한 이미지다.

저자의 ‘불평등 3부작’ 완결편
한국의 이중적 구조 노동시장
기술 격변 속 양극화 심화 전망

국가 간 노동·이동 자유 촉진
권위주의 정치체제 경계 필요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9년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에서 586 세대가 차지하는 역할을 분석했고, 2021년 <쌀 재난 국가>에서는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의 기원이 ‘벼농사 체제’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출간된 <오픈 엑시트>는 ‘불평등 3부작’을 완결짓는 책이다.

저자가 앞선 두 책에서 거듭 강조했듯, 한국 사회의 핵심적 특성은 불평등 구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세대와 세대 간, 남성과 여성 간,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불평등이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불평등 구조의 중요한 축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향후 인공지능, 저출생·고령화, 이민 등 세 가지 구조적 변동에 노출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폭과 방향을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연공제를 기반으로 한다. 연공제는 직장 내부에서의 승진과 보상을 통해 개인을 한 직장에 수십년간 붙들어두고 집단의 목표를 추구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연공제 조직 내부에는 상급자와 하급자 간 강한 위계가 존재하고 개인의 사생활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한다. 저자는 전작에서 이 같은 연공제를 한·중·일 동아시아 3국에 보편적인 ‘벼농사 체제’의 유산으로 규정하면서 한국 사회 불평등의 주된 동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책과 삶] 불평등한 한국 사회, 개인의 ‘탈출 옵션’ 늘려라

오픈 엑시트
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 | 376쪽 | 1만8000원

일반적으로 기술 격변은 낡은 틀을 뒤흔들어 전에 없던 변화를 초래한다. 예컨대 인공지능의 확산은 지금은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앨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그러나 인공지능의 확산이 연공제에 기반한 내부 노동시장(정규직 중심 노동시장)을 약화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지능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내부 노동시장이 발달한 대기업들이다. “기존의 내부 노동시장 메커니즘과 인공지능의 도입 및 발전이 맞물릴 경우, 한국의 이중 노동시장(안정적인 대기업·공공부문과 불안정한 비정규·중소·하청·플랫폼·프리랜서 부문으로 양극화된 노동시장)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지식 자원을 보유하지 못한 중장년층과 그와 반대 상황인 청년층 사이에 극심한 헤게모니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자는 “이들(위계 구조 상층부 중장년층)의 다수가 유튜브에서 자신의 정치 지향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콘텐츠만을 소비하며 자신들만의 닫힌 성 안의 군중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그들 중 몇이 리더로 선택되어 기업과 정당과 국가를 이끈다고 해서 더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하리라고 가정할 수 없다”고 꼬집는다. 이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 내부에서도 최상층 교육을 받은 극소수만이 인공지능 지식혁명의 혜택을 받을 공산이 크다.

저출생과 그로 인한 고령화는 ‘한국형 위계 사회’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여성들이 선택한 ‘엑시트 옵션(출구 전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부장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적 독립이 필수적인데, 일자리를 향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출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출산 불평등’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다른 가난한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일수록 출산을 포기한다. “한국 사회는 상층과 정규직만 그럭저럭 재생산을 해나가는 나라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소득, 학력, 집안 배경으로 엮인 상층끼리의 교배를 통해 우성 유전자들을 추려내는 우생학을 사회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남성도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눈치를 보지 않고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보편 안식/육아 휴직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성별이나 결혼 유무에 관계없이 “25세에서 45세(혹은 50세) 사이, 누구나 1년씩(혹은 6개월씩 두 번) 안식년(달)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민자의 증가는 한국 사회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중화된 노동시장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이주노동자로 삼중화된 노동시장으로” 바꿔놓고 있다. 저자는 이 흐름이 가속화할 경우 좌파에서는 기존 노조와의 관계 설정을 놓고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우파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극우 분파가 헤게모니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라는 ‘소셜 케이지(social cage)’에서 탈출할 수 있는 엑시트 옵션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셜 케이지란 “한 인간이 특정한 사회적 관계나 집단, 조직을 탈출하고자 할 때, 이를 좌절시키거나 단념시키는 ‘심리적-제도적-환경적 장벽’”이다. 우리는 출생과 동시에 특정 국가, 특정 민족, 특정 부모, 특정 이웃 등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케이지’의 일원이 되는데, 이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선택권(옵션)이 많아야 개인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엑시트 옵션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대만과 일본 등 제도적·문화적으로 한국과 유사하고 거리가 가까운 동아시아 국가들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법적 절차를 간소화하자고 제안한다. 특히 중하층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발적 퇴사에 대해 보험료를 지급하도록 현행 실업 보험체계를 고치는 것도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정치적으로는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들어서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탈출 아니면 참고 사는 것만이 대안인 반면, 민주주의는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거나 지지를 철회할 “엑시트 옵션이 제도화된 정치체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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