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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달력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오월의 달력

벽에 걸린 달력만큼 중용(中庸)의 도가 실천되는 곳도 드물다. 네모난 칸마다 수인처럼 들어 있는 숫자. 비좁은 칸칸마다 똑같은 복장으로 앉아 그날 그때의 천하만사를 공평하게 지휘하는 아라비아 사신들.

‘중용의 도’란 애매한 중간을 취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중(中)과 용(庸·적중한 상태)은, 늘 떳떳하게 유지함이다. 배고플 때 밥 먹고, 머리 허전할 때 공부하는 것처럼. 살아 있는 동안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 죽음 이후에라야 이를 벗어날 수 있다니 그 얼마나 멀고 고된 길이겠는가.

절기상 청명으로 시작한 사월. 4·3, 4·16, 4·19 등등 슬픔의 물결이 잇달아 도래했다. 짐짓 눈물이 필요한 나날들. 비는 하늘에서 오는 물질이다. 다행이다. 공중도 도왔다. 강원에는 늦눈이 벼락처럼 내리기도 했다. 을사 추위는 아직도 미련이 많은가 보다. 이윽고 입하, 드디어 여름이 제대로 섰는가. 5·1, 5·5, 5·8, 5·11, 5·15, 5·18 그리고 5·23까지. 웃고 우는 날들로 더 빼곡하구나, 오월은.

겨울 지낸 한반도. 야생화들이 바닥에서 떠들썩하게 일어나면서 봄은 시작된다. 복수초, 바람꽃, 돌나물을 깨우고 위로 번진 봄기운이 나무들을 들쑤신다. 우리나라 산에는 있어야 할 꽃이 꼭 있어야 한다. 형제처럼 다정한 진달래와 철쭉을 비롯해 높은 곳에는 높은 곳의 꽃, 골짜기에는 또 골짜기의 꽃. 그중에는 길마가지도 있다. 향기가 너무 좋아서 그 앞을 지나치는 길손의 걸음을 막아선다고 해서 제 이름을 얻었다는 길마가지. 다른 꽃들이 미처 난만하기 전에 부지런히 길마가지는 공중에 철렁, 길게 가지를 비스듬히 드리우고 새끼손가락 간격으로 꽃을 달고 있다. 마치 천사들의 글썽이는 눈썹처럼.

산속이 그렇다면 세속은 이렇다. 요즘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가로수는 이팝나무다. ‘입하’ 무렵 꽃을 피운다고, 흰 쌀밥이 쌓인 ‘이밥’에서 그 이름 ‘이팝’을 얻었다는 나무. 오월에 때맞추어 고맙게 피는 꽃잎이 옷고름처럼 길쭉하다. 마치 천사들이 드리운 펄럭이는 만장(輓章)처럼.

올해도 오롯하게 오월은 온다. 광주 망월 묘역 앞 이팝나무 가로수들도 용하게 바람에 흐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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