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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노동법 밖 862만명, 기본권을 외치다

입력 2025.05.22 20:55

6월3일 21대 대선이 지나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12·3 불법계엄’을 막은 시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정치적 과정의 결과다. ‘빛의 혁명’이라고 할 만큼 국민들은 낡은 체제를 뒤로하고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핵심 노동의제는 논의되지 못했다. 특히 380만명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150만명의 초단시간 노동자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 플랫폼노동과 프리랜서 같은 불안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호 문제도 쟁점이 되지 않았다. 뉴진스 멤버 하니와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모두 개인사업자로 구분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함에도 말이다.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보면 일자리 지형이 변화했음을 느낀다. 이사청소, 설치·수리, 인테리어는 물론 번역, 과외, 레슨, 영상편집 등 직업이 모두 프리랜서 계약을 취하고 있다. 계약의 형식만 바뀌었을 뿐인데 개인사업자로 취급받는다. 3.3% 소득세 납부 대상인 개인사업자가 862만명(여성 453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경계가 모호한 노동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문제는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데 사용자 없는 고용은 증가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AI)의 확산은 비표준화된 고용을 확산시킨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과 AI 도입이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미 유럽연합(EU)은 2024년 10월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지침을 채택한 바 있다. 핵심은 플랫폼노동자와 플랫폼 업무 수행자의 구분이다. 고용 추정 기준을 명확히 해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도 플랫폼노동의 오분류를 방지하기 위해 고용관계 추정 법·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개별 사안의 판단이 아닌 포괄적 근로자 지위 인정 방식 검토도 필요하다. 특히 고용계약을 회피한 플랫폼노동이나 위장된 프리랜서 계약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이윤은 향유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자본의 탈법·편법적인 행태의 안전판이 될 것이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거래관계와 계약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과다한 수수료 체계와 표준임금 및 산업안전보건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다수의 플랫폼이나 프리랜서 노동시장은 보수 단가조차 천차만별이다. 이미 미국 뉴욕시는 음식앱 배달노동자의 최저시급을 시간당 19.56달러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임금·노동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헌법에 보장된 적정임금과 시간의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기존 노동시장의 고용과 성별 임금 격차가 이곳에도 고스란히 재현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비전형 노동시장에서 더 필요한 영역이 됐다.

또한 누구나 아프면 쉴 권리와 같은 상병수당이나 유급병가 등 사회안전망은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저출생 정책을 근로자만 적용하도록 한 것은 가장 큰 문제다. 임금노동자 중 15만명의 육아휴직 이용 통계는 그 한계점을 보여준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필요한 이유일지 모른다. 실제로 발생하는 소득 단절과 구직 과정에서의 생계를 보완하는 부분 실업급여는 프리랜서에게 가장 절실한 정책이다. 고용·산재보험과 출산·육아·돌봄 제도는 사회 대전환의 필수 과제다.

우리 사회의 노동기본권과 사회적 보호를 위한 지평을 넓혀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사회보장제 최저기준선 협약(102호, 1952)과 9개 후속 협약 비준 및 제도 개선에 목표를 두면 좋겠다. 22대 국회에 발의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은 그 시작이다. 이제는 협소한 근로자 개념에서 벗어나 모든 일하는 사람으로 제도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지금은 다차원적인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 미래에 대한 대응을 함께 풀어가야 할 시점이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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