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병들고 목숨을 잃는 고통이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속에서, 산재보험 제도의 개선부터 산재 사고 사망 감축, 직업병 예방 정책, 그리고 산재 취약계층 지원 정책 등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일해서 건강을 잃지 않는 노동 환경은 그 자체로 정의로운 국가의 최소 조건이자, 사회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전제다. 일터의 생명안전은 국가의 책임이다. 차기 정부가 ‘노동 존중’을 실질적 제도로 구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에 따른 첫 번째 기념일을 맞은 산재 노동자의 날인 4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산재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사망 노동자는 총 2098명(사고사망자 수는 827명, 질병 사망자는 1204명)이다. 매일 5.7명의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한다는 뜻이다. 사고사망자 수만 놓고 볼 때는 매일 2.26명의 노동자가 일하러 나간 당일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수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 사망률이 높은 국가다. 특히 사고 사망사고 원인(추락, 끼임 등)을 살펴보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이다. 국가가 나서서 강력한 예방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산재 예방 행정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산업안전보건 행정은 2020년 1월 신설된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총괄하고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조직은 전문성과 효율성, 독립성, 예산 규모 등에서 한계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산재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은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고 실질적인 실무를 담당하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노동부 정책 방향에 한정되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국가의 전체 산재 예방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산업안전보건 분야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산재 예방정책을 위한 전문성과 지속성,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조직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산재 예방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독립된 행정조직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적 차원의 산재 예방정책을 수립하고 연구를 수행할 중앙정부 차원의 연구기관이 필요해 보인다.
경제 강국인 독일은 안전 강국이기도 하다. 독일은 산업안전보건 업무가 고용 업무와 분리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 업무에 대한 채용 및 인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져 전문성이 유지되는 구조이다. 근로감독관은 산업안전보건분야 전공자 중에서 2년간 전문교육을 실시한 후 채용되고 산업안전보건업무에 지속해서 근무하면서 전문적인 재교육이 이루어진다. 행정기관이 현장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정책적으로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전문성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의 문제점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데 적합한 구조다.
일본도 후생노동성 내 산업안전전문관 등 전문성이 확보된 인력에 의해 정책이 시행된다. 영국은 별도의 외청 조직 구조를 통해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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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산재 예방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참여권이 보장할 수 있도록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때 위험을 확실히 제거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일터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그러한 내용이 사업장에 반영되어 개선될 수 있는 법적, 정책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아침에 일하러 나갔다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이 없는 사회, 작업 중 사용한 물질로 병들고 죽는 아픔이 없는 사회를 위한 도약이 필요한 시기다.
![[당신의 일터는 안녕하십니까] ③매일 2.26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https://img.khan.co.kr/news/2025/05/22/news-p.v1.20250522.7f94e4fc7f494e9389984602f82af0b7_P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