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에 재벌개혁 관련 내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출자구조 개선 등 주요 재벌의 지배구조 등 개혁 공약이 쏟아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기 둔화로 각 후보가 성장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친 대기업 정책 기조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제·산업 정책 공약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 국가 첨단전략산업 집중 투자 등 주로 성장에 방점을 뒀다. 공정 경제 분야는 플랫폼 중개수수료율 차별금지, 저금리 대환 대출 등 소상공인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이재명 후보는 재벌개혁 관련 정책으로는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 도입,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 근절 등 민주당의 이전 정책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공약은 없는 셈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10대 공약에선 재벌 개혁 관련 내용을 찾기 힘들다. 김 후보의 경제·산업 공약은 ‘자유주도 성장’을 내세우면서 규제 완화에 중점을 뒀다.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없애고, 투자 기업에는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이준석 후보도 ‘규제 혁파’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선도국가의 규제 수준을 벤치마킹해 국내 규제를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는 경제민주화나 지배구조 개선 등 주요 재벌개혁 공약이 주요 과제로 언급된 이전 대선 분위기 상반된다.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불공정행위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 도입을 내세웠다.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 공약은 대기업 정책과 조사를 총괄하는 기업집단국 신설로 이어져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는 역할을 했다.
각 후보의 공약 중 재벌 개혁 논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이유는 최근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도 재벌개혁보다 규제 완화에 주안점을 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세제상 혜택을 내세우며 주주 배당, 자사주 소각 등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독립적인 감사를 위해 감사위원 전원을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는 분리선출 방식으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최대 주주 의결권도 3%로 제한하는 규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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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와 다른 주주간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서 지배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소수주주 과반결의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삼성물산 부당합병 사건과 LG에너지솔루션 쪼개기 상장 사건 등 기업의 일방적인 사업·조직재편 추진으로 인한 일반주주의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일반주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이들이 지금보다 지배주주에 대한 규율을 더 강화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