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찬섭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연금행동 21대 대선후보 연금정책 공약 평가 및 대선 요구안’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재명 후보는 추상적이고,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편향적이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06개 시민·노동단체가 모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이 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연금 정책 공약이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고 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비전과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연금행동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후보들의 연금정책 공약에 대한 평가를 발표했다. ‘생애주기별 소득보장체계 구축’과 ‘지속 가능한 노후소득 보장체계 구축’을 제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은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떻게 실행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고, 정책적 정합성도 보이지도 않는다”며 “공약을 제시하긴 했지만 연금개혁이 대선 쟁점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연금개혁을 두고 ‘세대 간 불평등’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이 이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연금공약을 두고는 공통으로 ‘편향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재정’을 중시하는 편향을 보였다. 실제 김 후보는 ‘국민연금 2차 개혁으로 청년 세대 부담 완화’를 주장하며 연금액을 인구구조 변화와 연동하는 ‘자동 조정 장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남 교수는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것 정도가 구체성을 띤 것인데 이를 도입하면 청년층의 연금액이 더 많이 삭감되는 ‘모순’은 말하지 않는다”며 “공약만 봐서는 김 후보가 주장하는 연금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의 공약은 ‘신·구 연금 분리’ 개혁을 통한 ‘재정 안정’에 치우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연금 개혁 이후 내는 보험료는 신연금 계정으로 별도로 관리하고, 구연금과 재정적으로 분리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신연금은 보험료를 낸 만큼 받는 ‘확정기여형 구조’로 전환된다. 이 경우는 구연금에 남게 되는 최대 1700조원의 부채가 문제다. 이 후보는 국고를 조기 투입하고,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해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겠다고 했다. 연금행동 측은 “국고를 매해 100조원씩 투입해도 20년 가까이 소요되는데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인지, 국고를 투입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굳이 왜 신·구 연금으로 나누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21대 대선 주요 후보들의 연금공약 비교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제공
연금행동은 청년 세대 지원 대책,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노후빈곤에서 벗어나는 급여 수준 확보 방안, 연금가입연령·수급연령의 일치 방안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대선 후보들이 정작 청년 세대 내부의 불평등은 외면한 연금 공약만 내고 있다”며 “고용이 불안정한 청년들에게 국민연금은 거의 유일한 노후 소득보장 수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이 불안정한 경우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아지기에 연금을 통한 노후 소득보장 효과도 감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 조정 장치 등을 도입해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낮추면, 소득보장 효과는 더 가파르게 감소한다.
연금행동은 “후보들은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출산 및 군 복무에 따른 크레딧(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조치)을 확대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