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주가,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연일 하락세
전문가들 “ESG 평가, 투자 기준…개선 필요” 지적

지난 19일 발생한 노동자 끼임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생산센터의 21일 모습. 권도현 기자
최근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SPC그룹 계열사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ESG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용어다. ESG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상장사의 ESG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PC삼립의 주가는 전장보다 2.08% 떨어진 5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일 새벽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뒤 5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으로, 이 기간 주가는 8.2% 급락했다.
SPC삼립 주가는 국내 야구팀 마스코트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 빵인 ‘크보빵(KBO빵)’ 인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4일 주당 6만8900원으로 연초 대비 약 37%나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며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하고 있다.
주가 급락은 부진한 실적 영향도 있지만, 중대재해 발생으로 ESG 리스크가 부각된 것이 결정적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빵을 판매하는 소비재 기업 특성상 기업 이미지가 중요하지만, 최근 수년간 SPC그룹 계열사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소비자 인식은 물론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까지 악화됐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2023년 8월 성남 샤니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3개월 주가 수익률은 각각 -10%, -7.8%로 부진했다. 사고 6개월 뒤 수익률은 각각 -6%, -13.1%로 정체되는 흐름을 보였다.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에 나서면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무관하게 ESG 리스크가 기업가치의 할인 요인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우려스럽다”며 “반복되는 중대재해로 인한 투자자 신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SPC삼립의 중대재해가 ‘구조적 문제’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언제든 추가 중대재해로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가야 하는 셈이다.
ESG 리스크가 불거지면 언제든 주가가 폭락할 수 있는 만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ESG 평가를 투자 기준으로 활용해 ESG 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해선 투자 비중을 줄이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해 한국ESG기준원의 ESG 평가 결과 사회(S) 부분에서 ‘취약’ 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 ESG 취약 기업에 투자할 경우 SPC삼립처럼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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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국내 자본시장 화두로 떠오른 것도 ESG와 맞닿아 있다.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주주가치가 침해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했기 때문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엄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배구조 관련 논란이 많은 기업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이행을 위해 지배구조 이슈 완화·해소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