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충격에 빠진 하버드·불안에 떠는 유학생… “재정·학문적 역량 타격”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인 수용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히면서 하버드대는 충격에 빠졌다.

미국 대학교수협회 하버드대 지부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학생에 대한 위헌적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유학생은 하버드대 공동체의 필수적 구성원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유학생과 학자들을 향한 공포스러운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충격에 빠진 하버드·불안에 떠는 유학생… “재정·학문적 역량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인 수용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히면서 하버드대는 충격에 빠졌다. 당장 다음주 졸업식을 앞둔 가운데 외국인 학생들은 혼란 속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버드대는 정부의 조치가 위헌적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모양새다.

미국 대학가의 반 트럼프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학가의 반 트럼프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충격에 빠진 하버드···불안에 떠는 외국인 학생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에 외국인 학생 등록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은 급작스레 학교를 옮기거나 학업을 중단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하버드대 외국인 학생들은 당혹감과 불안감에 빠졌다.

오스트리아 출신 칼 몰덴은 “우리 중 많은 이들이 하버드와 같은 대학에 가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왔다”며 “그런데 이제 하버드를 떠나야 할지,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외국인 학생들끼리 불안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며 “유학생들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싸움에서 공처럼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 신입생 엘라 리케츠는 “제 꿈과 외국인 친구들의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당장 다음 주 졸업을 앞둔 호주 출신 케네디스쿨 학생 사라 데이비스는 학생 비자가 무효가 되면 공공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데이비스는 “열심히 공부해 이룬 것을 한순간에 빼앗기고,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게 돼 몹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캐나다, 중국, 인도, 영국과 함께 하버드대에 많은 학생을 보내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하버드대 한인학생회 황정호 회장은 “소식을 접한 유학생들 모두 굉장히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재학생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까지 상황을 지켜볼 시간이 있는데, 이미 취업했거나 취업을 앞둔 졸업생들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체류 신분이 어떻게 유지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조치는 이스라엘 출신 유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스라엘 출신으로 심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제니아 루킨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유대주의에 맞서겠다는 명목으로 내놓은 조치가 오히려 캠퍼스에서 반유대주의와 반이스라엘 정서를 직접 경험한 나와 같은 이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하버드대 학생회 공동회장 압둘라 샤히드 시알은 성명을 내고 “유학생들은 각지의 나라에서 최고 중의 최고를 대표하고 있는데, 그들이 이처럼 비인간적이고 무례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하버드 대학교 공격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후 시위대가 존 하버드 동상 주위에 팻말을 들고 서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하버드 대학교 공격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후 시위대가 존 하버드 동상 주위에 팻말을 들고 서 있다. AFP연합뉴스

유학생 없는 하버드, 재정·학문 모두 타격

하버드에 재학중인 유학생은 6800명으로 전체 학생의 27%를 차지한다.대학원으로 올라가면 이 비율은 더 높아진다.

NYT에 따르면 케네디스쿨은 59%가 유학생이며, T H 챈 공중보건대학원은 40%,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35%를 차지한다.

유학생들은 연방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전액 수업료를 납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교육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유학생의 4분의 3 이상이 본인, 가족 또는 직장을 통해 학비를 충당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없으면 대학 수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음 주 케네디스쿨 졸업 예정인 칠레 출신 호세 이그나시오 로드라는 자신이 밟고 있는 석사 과정 학생 중 90%가 해외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국가에 국제적 발전을 가져오는 방법에 관한 다룬다. 유학생 없이는 의미가 없다”며 “많은 이들이 미국 대학 시스템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공부하러 왔는데, 이 정책이 시스템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의 학생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사라질 경우 하버드대의 학문적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이자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일했던 제이슨 퍼먼은 “훌륭한 유학생들이 없는 하버드는 상상할 수 없다”고 CNN에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실험실이 텅 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틴아메리카 역사 전공 교수이자 미국 대학교수협회 하버드대지부 회장 커스틴 웰드는 “하버드는 물리적으로 미국에 있지만, 학생과 교수진은 전 세계 각지에서 왔다. 이는 하버드 운영과 사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없애버리면, 남는 것 더 이상 ‘하버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의 학교 상점 창문에 하버드 스웨트 셔츠가 판매용으로 진열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의 학교 상점 창문에 하버드 스웨트 셔츠가 판매용으로 진열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하버드 외 다른 학교로 확산 가능성···세계 최고 미국 대학 시스템 붕괴 우려

놈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학생 등록을 금지하는 조치를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놈 장관은 “오늘 내려진 결정은 해당 대학에 적용되는 것이며, 개별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 대학(하버드대)이 더는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 개별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옮겨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버드대에 이어 다른 대학까지도 이 같은 조치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의 영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세계 최고의 대학 시스템을 지닌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퍼먼 교수는 “고등교육은 미국의 위대한 수출품 중 하나이며 소프트 파워의 핵심이다. 이들은 혁신과 미국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반유대주의 근절’을 이유로 대학을 옥죄고 나서면서 미국 학자들의 해외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경향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를 학생들이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를 학생들이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버드대 소송 나서나···법적 제동 가능할까

하버드대는 이날 서명을 내고 “국토안보부의 외국인 학생 차단은 불법”이라며 “대학 측은 140여개국 출신 외국인 학생 및 학자의 수용 능력 유지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버드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제이슨 뉴턴 하버드대 대변인은 “이러한 보복 조치는 하버드 공동체와 국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하버드의 학문 및 연구 사명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교수협회 하버드대 지부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학생에 대한 위헌적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유학생은 하버드대 공동체의 필수적 구성원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유학생과 학자들을 향한 공포스러운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상원 사법위원회 전 고문이자 CNN 법률분석가 엘리엇 윌리엄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강력한 법적 도전을 불러올 만큼 지나친 행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의 외국인 수용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선 법적 절차가 필요하며, 행정부가 그 절차를 준수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법원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의 체류 자격 관련 정보를 임의로 말소하고 비자를 박탈한 것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본안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유학생들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유학생 및 교환학생 정보시스템(SEVIS)에 등록된 원고 20여명의 기록을 말소한 데 대해 “권한을 넘어선 자의적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AFP연합뉴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왜···‘보수층 결집’ 노림수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하버드대를 비롯한 명문대가 극좌 사상과 전복적 활동의 보루라는 게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의 광범위한 문제제기”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와의 싸움에서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전날 워싱턴DC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팔레스타인 지지 총격범에게 살해된 사건이 이뤄진 다음 날 이런 조치가 취해진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반유대주의 경각심이 고조된 상황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를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힐은 전날 사건으로 “반유대주의에 대한 논쟁은 더욱 첨예해졌다”며 이날 조치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짚었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