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6월 3일 대선 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이 대선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은 1995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은 그간 선거 때마다 총연맹 차원에서 진보당·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노동계를 온전히 대변하지 않는 정책을 펴왔다는 점에서 ‘보수정당’으로 분류해 거리를 유지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 결정 안건 등 대선 방침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 내지 못했다. 밤늦게까지 회의가 길어지면서 안건을 표결로 의결할지를 표결로 정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진보정당 및 진보정당과 연대·연합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안과 권 후보를 지지하는 안 사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진보당의 김재연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후 사퇴하면서 진보정당과 연대한 후보는 사실상 이 후보를 뜻하게 됐다. 현 지도부는 이번 대선의 핵심 목표를 ‘내란 세력 청산’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집행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지난 30년 동안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을 지지해왔던 역사와 전통이 있고, 보수 양당 타파를 명확하게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양경수 집행부’가 ‘광장 연합’이라는 이유로 이를 뭉개고 가는 것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엄상진 금속노조 사무처장도 “선배와 동지들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해왔던 그간의 노력이 ‘양경수 집행부’ 이후 물거품이 되는 상황들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지금의 상황은 민주노총 역사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큰 과오”라며 “노동계가 원하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광장이 원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민주당이 받지 못하고 있는데, 모두 담아내고 있는 유일한 후보 권 후보를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조합원은 “현장에서는 양경수 위원장의 사퇴 등 집행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했다.
산별노조에서는 잇따라 권 후보 지지 선언이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화섬식품노조 등이 권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9일 중집 성원 중 16명도 권 후보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선언에 이름을 올린 조합원 수는 53만5000여명으로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56%에 달한다. 지난 20일 조합원 1400여명도 진보 대통령 후보 지지를 포함한 대선 방침 결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모아 집행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