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달러 약세 기조 속에 원·달러 환율이 반년 만에 달러당 1370원대로 떨어졌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5.7원 내린 달러당 1375.6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주간종가가 달러당 1380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11월5일(1378.6원)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달 9일 기록한 1484.1원(주간종가 기준)를 정점으로 최근 한달 반 동안 100원 넘게 하락했다.
환율이 하락한 것은 미국의 관세안과 재정적자 우려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지난달 미국 관세정책으로 미국 경기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 미국 채권, 주식, 달러가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면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으로 재정적자가 크게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미국 자산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 여파로 달러 대신 원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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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이 무역적자 완화를 위해 환율 하락(원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한·미 통상 협상에서 환율 절상 합의가 포함될 수 있다는 추측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국인의 해외주식 순매도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급 요인도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하락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국인이 금융시장 불안에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오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져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