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주 숨진 교사 “올해 유독 힘든 해 같다”…개인 전화로 민원 시달려 ‘스트레스’

입력 2025.05.23 17:57

수정 2025.05.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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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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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새벽 제주의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의 장례식장. 박미라 기자

“올해가 유독 힘든 해 같다”. 지난 22일 새벽 제주의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가 마지막 수업을 하면서 제자들에게 흘린 말이다.

주변 증언을 종합하면 A씨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서 해당 학생 가족의 민원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23일 교사 A씨의 빈소가 마련된 제주시의 한 장례식장에는 그를 추모하는 가족과 동료 교사, 제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 등은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A씨가 자주 결석하는 반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학생 가족들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교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폭언을 했냐’는 내용의 민원과 항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죽기 전 교무실에 남긴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씨 개인 휴대전화에는 3월15일부터 최근까지 학생 가족과의 통화 목록이 있었다. 많은 날에는 하루 10여 차례에 걸쳐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통화한 기록이 있다.

해당 학생의 가족은 지난 16일 제주도교육청에도 민원을 넣었다. 이는 제주시교육지원청을 거쳐 학교로 접수됐다.

한 동료 교사는 “학생이 결석하면 당연히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겠냐”면서 “내신 관리도 해야 하고 그냥 빠지면 무단결석으로 처리되니 병가 처리를 위해 진단서라도 받아와야 한다며 연락하는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은 A씨가 두통 등을 호소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제자들도 “밝은 분이셨는데 최근에는 표정이 안 좋고 ‘올해 유독 힘들다’ ‘스트레스가 많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셨다”면서 “그래도 밝은 표정 지으려 애쓰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자들은 “우리에게 많은 신경을 쓰셨고, 징계보다는 최대한 감싸주려 하셨다. 화낸 후에도 꼭 미안하다고 하셔서 애들 모두 좋아하는 선생님이셨다”면서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사망 엿새 전에도 문제가 됐던 해당 학생에게 “가족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 담임 입장에서 학교 열심히 나왔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학생을 끝까지 놓지 않고 지도하려는 의지를 내보였다.

A씨 아내와 유족들은 “어린 자녀를 두고 떠난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면서 “교육청과 경찰이 도와달라”고 밝혔다. A씨는 20년 가깝게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이처럼 A씨가 개인 휴대전화로 과도한 민원에 시달렸던 정황이 나오면서 교원에 대한 민원 대응체제가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2023년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8월 ‘교육활동보호종합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책에 포함됐던 개인 번호 유출을 막기 위한 안심번호 서비스 확대, 기관이 민원을 대응토록 한 민원 대응팀 운영 등은 이번 사건에서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교사 개인이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3일 17개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교의 민원 대응 체계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 교육청과 공동으로 점검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에 착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숨진 40대 중학교 교사 장례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