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란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가 올해 칸 영화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두 자매가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와 겪는 일을 그린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털 밸류>가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모로코를 배경으로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스페인·프랑스 영화 <시라트>(올리비에 라시)와 여러 세대에 걸친 인간 드라마를 그린 독일 작품 <사운드 오브 폴링>(마샤 실린슈키)에 공동으로 돌아갔다.
1970년대 브라질을 배경으로 부패한 정계에서 벗어나려는 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시크릿 에이전트>는 감독상(클레베르 멘돈사 필류)과 남우주연상(와그너 모라)을 차지했다. 여우주연상은 <리틀 시스터>에 출연한 23세의 프랑스 배우 나디아 멜리티가 수상했다. 각본상은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거장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이 <더 영 마더스 홈>으로 받았다.
파나히 감독은 2000년 <써클>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2015년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데 이어 황금종려상까지 수상하면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석권한 감독이 됐다. 앙리 조르주 클루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로버트 앨트먼, 장뤼크 고다르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다.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는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한 남자가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힌 경찰과 닮은 사람을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남자가 그를 납치해 다른 반체제 인사들과 함께 그를 죽일 것인지 아니면 용서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하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기립박수 속에 무대에 오른 파나히 감독은 “국내외 모든 이란인들은 모든 문제와 차이를 제쳐두고 힘을 합치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라며 “아무도 우리가 뭘 입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 등은 전했다.
파나히 감독은 1995년 장편 데뷔작인 <하얀 풍선>으로 칸영화제 신인상 격인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2003년 <붉은 황금>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 2011년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로 감독주간 황금마차상(공로상)을 차례로 받았고 2018년에는 <3개의 얼굴들>로 경쟁 부문 상인 각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이란의 각종 사회·정치 문제를 파고든 작품을 주로 선보인 탓에 반정부 시위, 반체제 선전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체포된 바 있다. 2010년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와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몰래 영화를 만들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해 왔다. 2022년 재수감됐다가 2023년 2월 석방 요구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 그가 석방된 후 처음 만든 작품이다.
파나미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도 비밀리에 촬영했으며, 며칠 전 배우와 제작진이 이란 당국의 압박에 처했다고 밝혔다. 그는 귀국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내일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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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칸 인근 변전소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 영향으로 오전 10시께부터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가 5시간여 만에 복구됐다. 이에 따라 오전 일부 상영이 중단됐으나 대부분 영화 상영과 폐막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올해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가 없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허가영 감독의 단편영화 <첫여름>이 지난 22일 영화학교 학생·수료생 등의 중단편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시네파운데이션(라 시네프·La Cinef)’ 에서 1등을 차치한 것이 한국 영화의 유일한 수상이다. 배우 허진(76)이 노년 여성 ‘영순’ 역을 맡아 주연한 영화 <첫여름>은 손녀의 결혼식이 아닌, 남자 친구 학수의 49재에 가고 싶은 영순의 이야기를 그린 30분짜리 단편영화다. 수상작은 다음 달 6일 파리에서 상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