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 장기화에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이 사상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12월25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상인들이 주방 물품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소상공인들이 폐업과 채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25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총 60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5443억원보다 11.6% 증가한 금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같은 기간(2635억원)보다 2배를 웃돌았다. 신청 건수는 4만2730건으로 지난해(4만2888건)와 비슷했지만 2020년(2만9631건)에 비하면 1.4배가 넘었다.
노란우산은 중기중앙회에서 소상공인의 생활 안정 등을 위해 운영하는 ‘퇴직금’ 성격의 공적 공제 제도다. 폐업 사유로 공제금 지급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상공인의 대출 규모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보고서를 보면,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약 719조원으로 1년 전(704조원)보다 15조원이나 불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소상공인의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갚아야 할 대출금 부담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채무 조정을 요구하는 소상공인도 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소상공인 채무 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 누적 신청액은 지난달 말 기준 20조3173억원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15조원을 돌파한 이후 5개월 만에 20조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새출발기금은 부실 채권을 매입해 원금을 감면해주거나 금리와 상환 기간을 조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채무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한 정책자금 투입과 채무 조정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최근 21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긴급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 중소벤처기업부 내 소상공인 전담 차관 신설, 소상공인 정책 금융기관 설립 등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 정책과제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측에 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