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권영국 민주노동당,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6·3 대선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후보들이 제시한 복지·성장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돈 쓸’ 계획은 있는데 어떻게 돈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공약의 근본은 실현 가능성이고, 핵심이 재원 대책임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악화하는 나라 곳간 사정을 감안하면 이들의 공약을 신뢰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대선 후보 2차 TV토론(사회 분야)에서 쟁점이었던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도 그런 사례일 것이다. ‘간병비 급여화’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주요 돌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후보들은 토론에서 공약을 재확인하면서도 15조원으로 추산되는 재원 대책이나 급여화 시 건보재정 안정 방안에 대해선 건보재정 효율화 외에 뚜렷한 해법을 밝히지 않았다. ‘간병파산’이란 말이 나올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간병비 부담을 적극 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하지만 실현 방안에 대한 논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간병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사회’ 구상을 토대로 아동수당 18세 확대,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코로나 채무탕감과 100조원 규모 AI 투자 등 복지·성장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도 대규모 AI·GTX 투자 등에 큰돈을 쓰겠다고 한다. 하지만 ‘재정지출 구조조정분, 연간 (세수) 총수입 증가분으로 충당’(이 후보), ‘예산 재조정, 투자 유치’(김 후보) 같은 재원 대책을 보면 방안이라기보다 차라리 기대에 가깝다. 후보들이 국정 철학에 따라 정책 공약을 하는 것은 하등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정책 실행 방안을 외면한다면 유권자들은 공약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와 수출 부진,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세수 기반 자체가 취약해지고 있다. 더구나 지난 2년 동안 90조원의 세수 결손 등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후과도 단단히 치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복지·성장을 위해선 설득력 있는 재원 대책과 재정 기반 확충 비전 제시가 필요하지만 증세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제외하곤 그에 부합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는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재정 확대를 강조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문수 후보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추가 감세를 공약했는데 윤석열 정부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인다. 이제 선거까지 8일 남았다.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구체성 있는 재원 대책을 내놓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