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단을 선언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여러 차례 주주와 가맹점주들에 대한 사과와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주와 가맹점주들만큼이나 애가 타는 곳이 또 있다. 백 대표의 이름값을 믿고 더본코리아와 여러 용역·제휴·위탁 사업 등을 진행 중인 지자체들이다.
더본코리아는 지자체와 벌이는 사업을 ‘지역 개발’이라고 부른다. 더본코리아의 올 3월 분기보고서를 보면 아직 진행 중인 지역 개발 관련 용역사업만 12개, 지역상생·상권·경제활성화 등을 목표로 더본코리아와 협약을 맺고 있는 지자체는 20곳이 넘는다.
백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모처럼 지역 사업의 성과를 기대했던 지자체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더본코리아와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는 지자체 14곳이 모여 “과도한 비난을 멈춰달라”며 단체로 읍소한 배경이기도 하다. 타 지자체에서 성공한 정책 사례를 거울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자체장들이 더본코리아에 앞다퉈 계약서를 내민 게 비난받을 일도 물론 아니다.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잘되길 바란다. 그래서 지역소멸을 걱정하는 지자체도, 번듯한 관광상품 하나 없어 고민인 지자체도, 같이 잘되길 바란다. 백 대표를 ‘손절’한 지자체도 나오고 있지만 기회는 아직 많다. 백 대표의 명성은 건재하고, <흑백요리사 2>와 같은 ‘호재’도 남아 있다. 지자체 입장에선 백 대표를 대신할 마땅한 대안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백 대표의 ‘과오’가 있다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거를 들춰내 망신 주려는 게 아니다. 이참에 잘못을 바로잡아야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소중한 세금이 쓰이는 사업들이 아닌가.
예산시장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더본코리아가 지자체들에서 수주한 사업의 99%는 예산시장 프로젝트 이후 이뤄졌다. 더본코리아가 자랑하는 지역 개발의 ‘전형’이기도 하다. 해당 사업에 문제는 없었는지,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예산시장은 예산군이 추진한 ‘구도심 지역상생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백 대표가 주도한 예산시장 프로젝트가 대단한 ‘흥행’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사업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예산군이 의도한 ‘지역상생’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 뒤늦게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가 예산군과 상인들 몰래 ‘장터광장’의 상표권 등록을 시도한 건 분명 부도덕한 일이다. 유튜브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예산시장 프로젝트의 동화 같은 이야기에 매료되고 열광했던 국민들을 배신한 행위이기도 하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지역 개발 등 사업에서만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비즈니스 마인드’도 정도껏 해야 한다.
시장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된 기존 상인들의 이야기도 뒤늦게 알려지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독단과 갑질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이는 어디선가 있었던 익숙한 장면들이다. 재개발 과정에서 정작 원주민들은 밀려나고, 집과 땅을 산 외지인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장면 말이다. 실제 백 대표의 예산시장 프로젝트는 토건 개발과 많이 닮았다. 기존의 상권과 시장을 허문 뒤 ‘트렌디하고 힙한’ 점포들로 채운 ‘푸드 코트’를 새로 짓는 방식 말이다. 예산시장이 지역상생의 형태로 지속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논란을 계기로 백 대표가 주도하는 지역축제들도 더 나아지길 바란다. 사과주스 분무기 살포나 미인증 조리기구 사용, 생고기 땡볕 방치 논란 등을 두고 ‘왜 이제 와서 문제 삼나’라는 시각도 있다. 잘못된 ‘팬심’이다. 백 대표의 ‘퍼포먼스’가 방송에서 볼거리는 될지 몰라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기본적인 식품위생과 안전기준도 준수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음식에서 손을 떼는 게 낫다.
지역축제의 위생 문제를 대하는 백 대표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사과주스 살포 논란에 대해 유튜브 채널 ‘오재나’에서 백 대표는 “농약을 쓰던 통인가, 새걸 사서 뿌린 것”이라고 항변했다. 정녕 그렇게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듣기에 따라선 ‘먹어도 안 죽어유’라고 들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백 대표 주변엔 지금 ‘쓴소리’를 해줄 사람들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백 대표가 주주와 점주들을 먼저 챙기느라 바쁘겠지만, 시간이 되면 지자체도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지역축제 현장도 한번씩 다녀보길 권장한다. ‘지역축제 현장 점검하고 왔습니다.’ 유튜브 100만각이다.

송진식 전국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