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전설 바다의 밤물결](https://img.khan.co.kr/news/2025/05/25/l_2025052601000667200068341.jpg)
시인은 지금 골목 초입 빨래방에 서 있다. 빨래방은 오늘 어둡다. “빨래방이 어두운 것은” 한 사람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빨래방에 앉아서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그 사람의 등”을 오래 쳐다본다. 그에게 다가가 백열등을 켠다.
불을 켜는 순간, 백열등 아래로 어항이 생겨난다. 어항 속에서 밤바다가 펼쳐진다. 어디선가 나타난 인어는 그 부드러운 비늘로 어두운 밤의 물결과 파도를 헤쳐나간다. 시인은 인어의 물속 그림자를 쫓아가며 사람들의 고단한 등에 대해 생각한다.
빨래방은 지금 어두운 밤바다이다. 세탁기 속에서 우리들의 껍데기 같은 옷들, 그 옷에 묻은 어제의 절망들이 서로 뒤엉키며 씻겨 나간다. 파도와 물거품이 된 어제의 말들도 씻겨 나간다. 시인은 “인어가 되”었다가 그 “한 사람이 된”다. 골목을 헤엄치듯 휘돌아 나간다. 골목의 어둠을 이해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