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미디어세상]국회,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 놓아야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미디어세상]국회,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 놓아야

입력 2025.05.25 20:47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 민주당이 이른바 ‘방송 3법’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방송 3법이란 KBS·MBC·EBS 각 공영방송 관련 법들로서, 이것들을 개정해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지난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 일부가 모여 개정안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대선일 직후 과방위와 법제사법위 통과를 계획하고 있단다. 과거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전 법 개정을 약속해놓고 집권 후 말을 바꾼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탄압을 경험한 방송 제작 종사자들은 이 문제를 방치했던 문재인 정부를 원망해왔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하면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새 대통령의 이름으로 공포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 개정안은 누가 KBS, 방송문화진흥회, EBS 이사 추천권을 가지느냐에 집중한 사실상 ‘공영방송 이사 추천법’이다. 추천 방식을 바꾸면 독립성이 보장되리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다. 민주당이 만든 원래 법안은 2023년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 재의결에서 국민의힘 반대로 부결됐다. 2024년 재추진도 같은 길을 반복했다. 이로써 방송 3법은 윤석열의 거부권 정치와 반의회주의를 상징하는 이슈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윤석열 정권 때문에 ‘정당성의 지위’가 격상되었을 뿐 차분히 따져볼 게 많다.

입법은 국회의 일이므로 다수당 또는 집권 가능성이 큰 정당이 이를 주도하는 것에 원론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방송은 국회의원과 정당이 이해당사자인 특수 분야로서, 독립성 침해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독립성 관련 법안을 독점하는 것은 모순이다. 중요 이해당사자가 제3의 전문가들은 배제한 채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비공개 수렴, 다수의 힘으로 개정하는 방식으로는 법의 정당성만 약화하고 더 좋은 생각을 담기 어렵게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국회 추천 문제다. ‘흘러나온’ 바로는 이사 추천권에서 국회 몫이 거의 50%이고, 학술단체, 법조단체, 시청자위원회, 종사자 대표에 나머지를 분배한다. 현행법으로 이사 추천 또는 임명은 방송통신위원회 권한임에도 그간 여야는 암묵적으로 각각 7 대 4(KBS) 또는 6 대 3(방문진)의 추천권을 행사해왔다. 여권 다수가 독립성 침해의 근원이지만, 이사회를 여야 추천으로 구성한 것 자체가 정파성을 벗어날 수 없게 했다. 일부 ‘대리인’이 회의장 책상에 올라가 발을 구르고, 험한 말을 쏟아내고, 떼를 쓰면서 이사회는 경영 논의체가 아닌 품격 잃은 정치 공방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이번 개정으로 여야 몫은 줄겠지만, 법적으로는 더 정당하고 더 강력한 싸움꾼을 이사회에 ‘파견’할 가능성이 크다. ‘빌런’ 한 명만 있어도 엉망이 되는 게 회의체다. 과거와 달리 추천 정당이 공식화되므로 이들은 정당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영향력을 경영진에게 당당히 행사하려 할 것이다.

국회는 추천권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기존의 편법을 아예 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은 개악이다.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자는 게 개정 취지였다! 정치적 독립은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권력에서도 그래야 함을 뜻한다. 이사 수를 늘린 것과 정부 몫이 빠진 것을 고려한다면 정당 추천 숫자는 사실상 별로 줄어들지 않은 셈이 된다. 관련 단체 등에 나누겠다는 추천권이 실제 작동할 방식 등도 세밀하게 다져야 하겠다. 본질적으로, 자회사 MBC의 감독 역할을 하는 방문진과 KBS 자체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라는 서로 다른 조직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와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일단 멈춰 집권 후에도 변치 않겠다고 약속한 뒤, 대선 후 객관적인 마무리 방안을 구상, 실행하는 게 맞다. 오래 묵힌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상품(上品)은 아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