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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새 정부가 직면할 재정 상황

박근혜와 윤석열, 두 대통령 모두 탄핵이라는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두 정부가 후임 정부에 남긴 재정 상황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유승민 전 의원이 그토록 비판했던 박근혜 정부의 재정 상황이 오히려 양호했다는 역설적 현실이 드러났고, 윤석열 정부가 남긴 재정 파탄은 새로운 정부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이던 2015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박근혜 정부를 강력히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이다. 박근혜 정부는 계속되는 감세로 처참했던 이명박 정부의 재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를 했다. 재정 정상화 없이는 정부의 정상적 기능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세율을 명시적으로 올리지는 않았지만 비과세와 감면을 줄이면서 과세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재정은 의외로 양호했다. 2016년 탄핵 직전까지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4% 수준을 유지했으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22조원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의 재정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펼칠 여지가 있었다.

반면 윤석열 정부가 남긴 재정 상황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집권 3년 차인 2024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로 인해 100조원을 넘은 기간을 제외하면 우리 재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을 한다고 외치며 지출을 줄여왔지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 결과적으로 역대급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이다. 나라 곳간 상황이 나빠진 이유는 고물가, 고금리로 경기 부진이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이념적 감세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국세 수입은 예산 대비 56조원, 2024년에는 3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정상적인 재정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수입이 부족해지면 적자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한다. 그래야만 중산층과 서민에게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기재부는 이러한 재정의 열악한 상황을 숨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대신 한국은행에서 무차별적으로 차입했다. 원래 한은 차입금은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2024년 한 해에만 누적으로 173조원을 차입했고 이자로만 2092억원을 지출했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였던 2019년 한은 대정부 대출 누계액이 36조원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재정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기존 편성 사업들을 대규모로 불용 처리하거나 기금을 전용해 재정건전성을 사실상 은폐해왔다. 우체국보험 적립금 2500억원을 예산 총칙에 명시하지 않고 정보통신진흥기금 등으로 차입했다가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기금과 회계 사이의 정산을 하지 않아 이번 추경에도 뒤늦은 정산과 이자 지급을 포함해 추경의 경기 조절 효과가 낮아졌다.

몇주 후면 들어설 새로운 정부는 역대 최악의 재정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올해 국세 수입 상황도 작년보다는 나았지만 녹록지 않다. 총국세 진도율은 24.4%로 지난 10년 평균보다 2%포인트가량 낮다. 세수가 부족하다 보니 단기 한은 차입도 4월까지 역대 최고인 누적 70조원 이상이었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3월까지만 해도 61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집권하면 세수 재추계를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향후 세수 상황이 얼마나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새 정부는 세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증세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박근혜 정부가 했던 세수 기반 확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각종 기금의 현황 파악도 시급하다. 외평기금, 공적자금 등 정부가 운용하는 각종 기금의 실제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숨겨진 부채는 없는지 전면 점검해야 한다. 재정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자들에 대한 문책도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는 역대 최악의 재정 상황을 물려받게 됐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도 없었는데 이 정도로 재정이 악화한 것은 명백히 정책 실패의 결과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새 정부의 과제는 재정이 제대로 된 역할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는 경제성장에도 기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소득 불평등만 심화시켰다. 반면 꼭 필요한 민생 분야와 미래 투자는 긴축 기조로 위축시켰다. 검찰개혁과 함께 기재부의 개혁도 꼭 필요한 이유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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