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야구는 자유가 아니라 규제가 경쟁을 만든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야구는 자유가 아니라 규제가 경쟁을 만든다

입력 2025.05.28 20:54

드래프트·샐러리캡 등 각종 규제들
선수 성장·야구 생태계 전반에 도움
윤석열 이어 또 ‘자유’ 외친 기호 2번
균형·공정이 성장 이끈다는 것 몰라

파면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외쳤다. 경향신문이 취임 2년을 맞아 윤 전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를 뜯어봤더니 ‘자유’만 1000번 넘게 썼다. 자유가 세상을 구할 것처럼 목놓아 부르짖었지만 정작 ‘자유’에 어울리는 정책도, 결정도 없었다. 되레 국민의 자유를 틀어막는 계엄을 저질러놓고 아직까지 반성도 사과도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유세 동안 야구 유니폼을 입었다. 등과 가슴에 기호 2번을 커다랗게 새겨 넣었다. 야구에서 포지션 번호 2번은 포수를 의미한다. 투수와 야수를 잇는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는 포지션인데, 후보 선출과 단일화 관련 파문 등을 지나는 동안 ‘소통’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야구 유니폼 상의를 입고 유세하는 김문수 후보의 10대 공약 중 1번이 또 ‘자유 주도 성장’이다. 규제만 없애면 창의성이 피어나고 성장이 이뤄진다고 믿는 게 틀림없다. 자유롭게만 하면, 다 풀어주기만 하면 정말로 혁신과 성장이 일어날 수 있을까.

야구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야구는 온갖 규제로 똘똘 뭉친 산업이고 그 규제가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일으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곳이다.

야구는 ‘직업의 자유’가 없다.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자기가 원하는 구단을 고르지 못한다. 드래프트라는 제도 때문이다. 전년도 꼴찌 팀이 프로야구에서 뛰고 싶어 하는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성적의 역순에 따라 차례대로 선수를 고르는 방식이다.

심지어 연봉 총액도 제한한다.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을 평균 내고 이 금액의 120%가 구단 총연봉 상한으로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샐러리캡이라 부르는데 2025년 상한액은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해 137억1165만원이다.

팀 전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연봉도 위를 막았다. KBO리그에 처음 뛰는 선수의 연봉은 100만달러를 넘을 수 없고, 팀당 외국인 선수 3명에게 줄 수 있는 연봉은 다 합해 400만달러를 넘기지 못한다.

과거 ‘메리트’라 불렸던 일종의 승리 수당도 사라진 지 오래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 많게는 수억원의 수당을 내걸고 기여도에 따라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승리를 향한 강력한 동기부여, 인센티브로 작동했지만 지금은 금지됐다. ‘자유’의 기준으로 따지면 ‘승리를 위해 내 돈 내가 쓰는 게 무슨 문제냐’고 묻겠지만, 야구는 이를 규제한다.

좋은 신인을 골라 뽑는 것도,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연봉 총액을 마음대로 주는 것도 못하게 한다. 구단이 고용해서 경기에 출전시킬 수 있는 선수도 65명으로 제한된다. 메이저리그도 다르지 않다. 샐러리캡은 없지만, 돈을 너무 많이 쓰면 ‘사치세’를 내야 한다. 온통 규제투성이다. 야구 유니폼에 2번을 달고 유세하는 후보의 입장에서 어쩌면 야구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 중이다.

얼핏 이상해 보이는 야구의 규제는 거꾸로 경쟁을 위한 장치다. 돈 많은 팀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좋은 선수를 싹 쓸어가면 전력 차이가 벌어진다. 그 팀이 많이 이기고,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더 좋은 선수를 데려가면 경쟁에서 승리한 것 같지만 결국 나머지 팀들이 고사하고 리그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규제가 경쟁을 막는 것도 아니다. 선수 영입에 대한 규제는 다른 쪽에서 치열한 경쟁을 유발한다. 야구단들은 선수 영입이 쉽지 않은 만큼 일단 뽑은 선수를 성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첨단 기술을 동원해 선수 성장을 위한 혁신이 끝없이 벌어지는 중이다. ‘균형’을 위한 규제가 완성되자 최근 몇년간 한국 프로야구에서 젊은 선수들이 쑥쑥 커가는 것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자유는 기본적으로 가진 자,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구호다. 야구는 모두가 함께, 생태계 전체가 성장하기 위해 규제를 택했고, 그 규제가 오히려 치열한 경쟁의 인센티브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래서 한국 프로야구는 샐러리캡이라는 이름도 ‘경쟁균형세’로 바꿨다. 자유가 아니라 균형과 공정이 경쟁을 만든다.

이용균 콘텐츠랩에디터

이용균 콘텐츠랩에디터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