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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은 지난 5월12일~16일 구독자 참여 이벤트 '내가 바라는 공약은?'을 진행했어요.

점선면 독자님들이 '내가 바라는 공약'으로 가장 많이 꼽아주신 차별금지법.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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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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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 대선특집] ‘투명인간’ 된 광장의 약자들

입력 2025.05.30 08:59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소속 단체 깃발을 들고 서울광장에서 행진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소속 단체 깃발을 들고 서울광장에서 행진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점선면은 지난 5월12일~16일 구독자 참여 이벤트 ‘내가 바라는 공약은?’을 진행했어요. 짧은 시간 정말 많은 분이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독자님들이 꿈꾸는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점선면은 독자 여러분이 기대하는 공약을 바탕으로 이번 대선 주요 의제를 분석하는 뉴스레터를 보내드렸습니다. 각 후보가 의제와 관련해 어떤 공약을 냈는지도 함께 정리했는데요. 마지막 의제는 ‘차별금지법’과 ‘여성’ 입니다. 가장 많은 독자님들이 ‘내가 바라는 공약’으로 제안해주셨는데요.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두 의제가 빠진 것에 대해 분개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점선면은 지난 16일 레터에서 출산가점제 논란과 함께 주요 정당이 여성 의제를 외면하는 현실을 짚었어요.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10대 공약에 여성 관련 공약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자 뒤늦게 여성 공약을 발표했는데요. 주요 후보들이 뒤늦게 발표한 여성 공약을 소개해달라는 독자님들이 계셨습니다. 점선면의 AS, 시작할게요.

“광장이 보여준 연대와 다양성의 의미를 되새기기를. 내란 종식과 민주 회복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이뤄질 수 있다. 극우의 동력이 혐오로부터 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극우 재집권을 막을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복설님(서울, 30대 성별 밝히고 싶지 않음)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정부가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정치로 세력을 키웠던 것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길에 가장 필요한 것이 차별금지법이라고 생각해요. 정권이 교체되어도 혐오의 정서가 더 확대된다면 다시 어두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아요.”
-마고님(인천·경기, 40대 여성)

“여성정책이 최우선 정책(10대 정책) 중 하나로 다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대 양당 대선 후보 중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여성정책을 낸 후보가 없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여성 정책으로 분류된 공약들도 ‘저출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진정 성평등한 공약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님(서울, 20대 여성)

“비동의 강간죄 입법화, 딥페이크 처벌 강화, 교제 폭력 처벌 강화와 같은 여성의 생존권을 위한 정책과 공약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최우선은 내란잔당을 처벌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탄핵 정국 속에서 큰 역할을 했던 2030 여성들을 위한 정책은 전혀 내세우지 않고서 군 호봉제와 같은 시대 퇴행적인 정책을 내고 있는 걸 보아하니 착찹한 마음이네요.”
-몽돌님(영남, 20대 여성)

“여성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정책이 왜 두드러지지 않는지.ㅠㅠ 단순 묻지마 살인이었다면 진작 나섰을 것 같은데 자꾸 여성 폭력을 마주하길 피하는 것 같아
요. 누구에게나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지 않나요.”
-이명님(서울, 20대 여성)

“이삼십대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계엄-탄핵 과정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던 사람들이 정작 새로운 선거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권영국 후보만이 유일하게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의 이런 선택이 정말 아쉬워요. 본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관한 관심보다는 그저 권력욕에 당선을 위한 중도표심, 빅텐트를 자처하는 모습이 향후 민주당 지지율에 좋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로 2030 여성 유권자들은 자신들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기억할 테니까요.”
-고먐미님(서울, 20대 여성)

“각 당의 대선 후보들 젠더 공약 진짜 너무한 수준 아닙니까?(민주노동당 제외) 여태껏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친 주체들을 다 지워버린 겁니까? 대한민국 성평등 지수, 임금 격차 운운할 필요도 없이 하루가 멀다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고 죽어가는 일이 얼마나 빈번한지 이젠 제대로 주목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일상이 됐는데! 대통령 후보라고 나온 사람들이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는 게 국민 절반의 생존권을 무시하겠다는 의미 아니냐고요. 이렇게 지워버린다고요. 진짜 참담하고 절망스럽습니다. 광장에서의 모든 시간들이 무의미하고 무력하게 느껴지고 후회됩니다.”
-빵님(호남, 30대 여성)

“여성 의제를 최우선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여성도 국민의 절반입니다. 그리고 여성을 향한 혐오 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임금, 삶의 질,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유력 후보들은 여성에 대한 카테고리를 따로 언급하지조차 않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 교제 폭력 범죄 처벌 강화, 낙태죄 입법 보안.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주세요.”
-keem님(서울, 20대 여성)


광장의 말이 묻힌 대선

점선면 독자님들이 ‘내가 바라는 공약’으로 가장 많이 꼽아주신 차별금지법.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10대 공약 중 차별금지법을 포함한 후보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뿐이었습니다. 권 후보는 성별 정체성 등을 포함한 모든 차별 문제를 다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실효적인 차별 구제 수단들을 도입하여 차별의 피해자인 사회적 약자를 구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지금 당장 새롭게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렵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어요. 이 후보는 지난 19일에도 기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의사를 묻자 “민생과 경제를 회복해 지속적 성장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며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합니다. ‘차별금지법은 곧 동성애 조장’이라는 개신교의 주장을 의식하기 때문인데요. 그는 지난 20일 TV조선 방송연설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특혜를 준다면 역차별”이라며 차별금지법 취지를 왜곡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어요.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성적지향, 인종, 종교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입니다. 이미 많은 나라가 채택한, 너무나 당연한 인권의 공리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이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어요. 지난해 대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 불인정을 차별로 인정하는 등 일상의 차별금지 판결이 잇따랐지만 정치권 입법은 더딥니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론화한 이후 28년째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사회적 합의’를 말하지만,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2022년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셋 중 둘(67.2%)이 차별금지법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8.5%가 찬성했다는 2020년 인권위 조사 결과도 있어요. 손제민 경향신문 사회에디터는 “50% 안팎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는데, 88.5%라면 그야말로 ‘압도적 합의’ 아닌가”라고 반문했어요.

이번 대선에서 여성 의제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도 많은 점선면 독자님들이 걱정하셨어요. 최근 한 30대 여성이 경기도 동탄에서 전 연인에게 납치돼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전히 심각하지만, 이번 대선 공약에서 여성 의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성 의제를 10대 공약에 넣은 후보는 권 후보뿐이었어요.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여성 공약을 추가로 발표했는데요.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 교제폭력 가해자에게 접근금지명령·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유치장이나 구치소 유치 등 조치 마련, 국가 차원의 교제폭력 공식 통계 작성,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등을 담았습니다. 또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해 성별 임금 격차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대부분은 지난 대선과 총선 공약에 포함됐던 내용입니다. 다만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임신중지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빠졌습니다. 2019년 4월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된 이후 보완 입법이 안 된 만큼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요.

꼼꼼한 정책은 고사하고, 이번 선거는 후보들의 수준 낮은 인식만 드러나 실망감을 더합니다. 지난 27일 마지막 대선 TV토론에선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발언이 여과없이 방송됐죠. (경향신문은 발언을 그대로 기사에 옮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직접 인용하지 않고 ‘성폭력 발언’으로 표현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한 표현을 질의를 빙자해 그대로 내뱉었다”며 “폭력과 비하의 표현을 그대로 재확산한 작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비판했어요.

이재명 후보는 ‘남성 역차별’을 강조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28일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확대·강화해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총량으로는 여성이 차별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특정 영역을 보면 여성들이 우위를 많이 차지한다. 공무원 시험, 변호사 시험, 교사 시험 등”이라고 말했어요. 일부 남성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하느라 여성 의제를 뒤로 미뤘던 걸까요?

이번 대선의 핵심 화두는 이재명 후보가 강조하는 대로 ‘내란 종식’임은 분명해요. 그는 이번 대선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온전히 회복하는 국민 승리의 날”로 규정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지난 겨울, 광장을 지킨 적잖은 시민은 내란 종식 그 이상, 그 다음을 원했어요. 성소수자, 장애인,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했습니다. 대선에서 내란 세력을 심판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민주주의 회복의 시작일 뿐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주 3회(월·수·금)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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