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년 뒤 꺼내본 아버지와의 추억···같은 태양 아래 서 있던 날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으나, 아버지는 튀르키예 여행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등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소피는 춤을 추는 건지 괴로움의 몸부림을 치는 건지 판단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꿈속에 나타난 아버지를 본 뒤, 캠코더를 틀어 11살의 추억으로 향합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20년 뒤 꺼내본 아버지와의 추억···같은 태양 아래 서 있던 날들

입력 2025.05.31 08:00

티빙 <애프터썬>

영화 <애프터썬>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애프터썬>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오마주] 20년 뒤 꺼내본 아버지와의 추억···같은 태양 아래 서 있던 날들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디카’라는 말을 아십니까. 디지털카메라의 준말로 부르곤 했죠. 요즘 10대 청소년들에게는 낯선 단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고화질의 사진과 영상을 남길 수 있는 시대에 별도의 카메라를 소유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겠죠.

‘디카’에 익숙한 세대라면, 어린시절 추억을 디지털 파일이 아닌 인화한 형태로 앨범에 고이 보관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저는 가끔 옛 사진을 들여다보곤 합니다. “언제 찍었지?” 하며 사진의 낮은 화질처럼 선명하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봅니다.

영화 <애프터 썬>의 소피(프랭키 코리오)는 오래된 캠코더 속 잠들어 있는 추억을 들여다봅니다. 소피가 11살 때 아버지 캘럼(폴 메스칼)과 함께 튀르키예 여행을 떠나 찍은 영상입니다. 당시 아버지는 31살인데요,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두 사람은 부녀가 아닌 남매로 오해받기도 해요. 두 사람은 함께 살지 않습니다. 캘럼 부부가 이혼한 후 소피는 어머니와 함께 살거든요.

20여년이 흘러 소피는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아요.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으나, 아버지는 튀르키예 여행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등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소피는 춤을 추는 건지 괴로움의 몸부림을 치는 건지 판단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꿈속에 나타난 아버지를 본 뒤, 캠코더를 틀어 11살의 추억으로 향합니다.

11살 소피는 여행이 즐겁고 어린아이답게 세상에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딸과의 마지막 여행임을 이미 직감했던 아버지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었죠. 소피는 선명하지 않은 기억을 되짚어보며 자신이 놓친 아버지의 모습을 복원하려 애씁니다.

영화 <애프터썬>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애프터썬>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아버지의 우울함이 이제서야 보입니다. 혼자 밤바다에 들어가고, 강박적으로 태극권을 연습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죠. 자신이 없는 세상에 남겨질 딸에게 호신술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어두운 방에서 홀로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에서 우리는 아버지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됩니다.

영화는 불친절합니다. 소피가 몰랐던 아버지의 이 같은 우울한 모습이 실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소피가 추측해 재구성한 과거인지 알려주지 않아요. 다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낮은 화질의 영상은 캠코더에 녹화된 것이라는 점만 알 수 있죠.

튀르키예 여행이 끝나며 영화도 마무리됩니다. 아버지는 캠코더를 든 채 딸을 배웅합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딸을 보며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곧 닥쳐올 비극을 알지 못하는 소피는 환하게 웃으며 아버지에게 힘껏 손을 흔듭니다. 아버지는 엽서를 남깁니다. “소피, 정말 사랑해. 그건 절대 잊지 마.”

튀르키예 여행에서 소피는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해요.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거든. 태양이 보이면, 우리가 같은 태양을 볼 수 있단 사실을 떠올려. 비록 같은 장소에 함께 있진 않더라도 같이 있는 거나 다름 없잖아? 같은 하늘 아래 아빠랑 내가 있는 거니까.”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간이 흘러도 영영 모르는 것들도 있죠. 그 시절 소피의 아버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소피는 영원히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해하려 애쓰다 보면, 점차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겠지요.

샬롯 웰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러닝타임 102분.

영화 <애프터썬>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애프터썬>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