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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큰일 날 뻔한 ‘지하철 방화’, 공공안전망 촘촘해져야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지난달 31일 방화가 발생해 승객들이 지하 터널로 대피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23명이 연기 흡입과 골절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큰 부상을 입은 승객이나 사망자는 없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승객 수백명이 불난 열차와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공포에 휩싸인 채 대피해야 했던 긴박한 상황을 감안하면, 자칫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번 방화 사건은 도심 속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용의자는 인화물질이 든 통을 들고 아무런 제지 없이 열차에 탑승했고, 인화물질을 쏟은 후 라이터형 토치를 이용해 계획적으로 불을 질렀다. 이처럼 명백한 위험물질 소지가 사전에 포착되지 않은 점은 지하철 보안 체계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낸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고위험 물품 반입 감지 장치나 탑승 전 보안 검색을 제한적으로 도입해 효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우리도 현실적인 수준의 선별적 보안 검색 체계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그나마 큰 인명 피해 없이 사고가 수습된 것은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 및 기관사의 기민한 판단과 대피 유도 등이 이뤄진 덕분이다. 다만 사고 당시 대응은 일정 부분 개인의 판단과 용기에 의존했다. 열차 내 연기 감지 센서와 감시 장치, 자동 경보 방송 등 시스템 대응 체계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역무원과 기관사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익힐 수 있는 시민 안전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사회에 극단적 불만을 품거나 정신건강·개인사에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들 중 일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고위험군으로,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실체가 드러날 때가 많다. 커질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 관리, 위기 개입 시스템, 지자체·복지·경찰 간 정보 공유 체계 강화 같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예방은 사후 대응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둔다. 지하철은 매일 수백만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도시의 핵심 교통수단이다. 이번 방화 사건이 한 개인의 돌발적 범행으로 치부되지 않고, 공공 교통수단과 도시 전반의 안전성을 촘촘하게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지난달 31일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방화로 인해 화재가 일어나자 승객들이 지하 터널을 통해 대피하고 있다. 영등포소방서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방화로 인해 화재가 일어나자 승객들이 지하 터널을 통해 대피하고 있다. 영등포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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