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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혔네, 그래서 말인데

입력 2025.06.01 20:44

수정 2025.06.0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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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세대들은 누군가 기분 나쁜 말을 했을 때 ‘나 좀 긁혔어’나 ‘긁?’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쓴다. 마치 물리적으로 긁힌 듯 들리지만, 사실 이는 감정적으로 동요하거나 삐지거나 불쾌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단순히 신조어의 등장이라고 보기 쉽지만, 어쩌면 우리는 ‘긁다’라는 단어에 숨겨진 더 깊은 의미를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곰곰이 살펴보면 ‘긁다’에는 ‘남의 감정이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자극하다’라는 뜻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다’라는 관용구처럼, 이는 단순히 피부를 긁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감정적 의미도 담고 있었다. 결국 ‘긁히다’가 ‘삐지다’ ‘상처받다’처럼 쓰이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말이라기보다, 사전 속에 잠자던 비유적 의미가 젊은 세대의 기발한 언어 감각 덕에 되살아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세대가 ‘긁혔다’는 표현을 즐겨 쓰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감정 상처를 ‘긁히다’라는 물리적 행위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 그만큼 직관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것에 표면이 손상되듯,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마음에 불쾌한 흔적을 남기는 감각적인 비유는 ‘기분 나쁘다’는 말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강렬하다.

인터넷처럼 짧은 소통 환경에선 단어의 간결함이 장점이다. 긴 설명 없이 한 단어로 감정을 표현하고, ‘긁혔어?’를 줄여 ‘긁?’이라고 쓰기도 한다. 이는 상대방 감정을 묻거나 ‘네가 약 올랐구나’ 하는 조롱이나 도발적 의도를 담을 때도 활용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재치 있게 드러내는 요즘 젊은 세대의 방식과 아주 잘 맞는 듯하다.

‘긁혔다’가 물리적인 상처를 넘어 감정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쓰이는 것은, 마치 옷장 깊숙이 넣어뒀던 철 지난 옷이 유행에 따라 새로운 맞춤옷으로 재탄생한 것과 같다. 이는 우리말의 무한한 가능성과 늘 새롭고 창의적인 젊은 세대의 언어 활용 능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딱딱하게 굳지 않고 시대 감각에 맞춰 모양을 바꿔가는 언어를 지켜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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