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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은 ‘무주택자의날’이다

33년 전인 1992년 6월3일, 1000여명의 세입자가 모였다. 전월세 폭등으로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 일가족이 연쇄적으로 사망한 참사가 발생한 뒤였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엄마는 아기를 등에 업고 피켓을 들었다. “엄마, 우리 또 이사 가?”

절망 속에서 살아남은 세입자들은 선언했다. “더 이상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과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사회를 만들자.” 그렇게 ‘무주택자의날’이 제정됐다. 세입자들의 외침이 여전히 메아리치는 2025년의 6월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이례적인 대선이다. TV토론에서 주거 공약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제1당과 제2당, 양당이 공공임대주택의 구체 공급 계획을 밝히지 않은 거의 유일한 대선이기도 하다. 양당의 공약을 살펴보면 ‘민간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반면 세입자 권리 보장이나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복지 정책은 공약의 변두리에 머무른다.

반지하·고시원·쪽방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기존 정부의 방침 외에 별다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포괄적으로만 언급할 뿐 구체 물량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가뜩이나 부족한 기존 공공임대주택을 분양하겠다는 내용마저 담고 있다. 혼란한 정국이라는 이유로, 세입자들의 가팔라지는 집 걱정-전세사기, 치솟는 월세, 기후재난 속 주거 불안-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 대선의 주거 공약은 ‘어떻게 살게(live)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사게(buy)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후보는 도심 민간주택 공급 활성을 위한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이 후보는 신혼부부·청년·장애인을 위한 보조적 공약을 제시하긴 했으나 핵심은 여전히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대출 확대 등 ‘내 집 마련’ 중심이다. 이 공약들이 정말로 지금 집 걱정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이들을 얼마나 대변할 수 있을까.

개발의 이름 아래 내걸린 ‘경축! 조합설립’ ‘재개발 안전진단 통과’ 따위의 현수막 아래를 지나며 서늘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개발은 누군가에게는 기쁨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쫓겨남이거나 임대료 인상이었다. 좋아지는 동네가 두려운 사람들, 평범한 세입자와 무주택자들이다.

국민의 절반이 세입자다. 이 비율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들을 ‘예비 소유주’로만 바라보는 정책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존재와 그들의 고통을 가린다. 33년 전 세입자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주택자의날은 단지 집이 없는 사람을 위한 날이 아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누구에게 어떻게 열려 있는지를 묻는 날이다. 상품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보편적 권리로서의 집, 함께 살아갈 공간으로서의 집을 말하는 정치를 바란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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