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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없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2025년 4월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했다.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출해야 하기에, 대통령 선거일은 6월3일로 결정됐다.

사전투표는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전국 곳곳에서 치러졌다. 점심시간 무렵, 사무실 근처 사전투표소에는 병원 유니폼을 입은 청년부터 보행 보조기를 짚은 노인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 일터에서 잠시 짬을 내온 이들도, 천천히 한 걸음씩 움직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자란 이렇게 각양각색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 불린다. 사람들이 모이고, 토론이 벌어지며 방송사들은 투표율과 개표 상황을 밤늦게까지 생중계한다. 그러나 이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 국적의 이주민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누구도 뽑을 수 없다. 일부 영주권자에게만 지방선거 투표권이 제한적으로 주어지지만, 이마저도 박탈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 거주하며 일하고 세금을 내며 아이를 기르는 이들이 단지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적 권리를 완전히 배제당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앨런 달은 1970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은 그 정부에 참여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정치 활동조차 금지된다. 이들이 한국 사회 구성원임에도 정치적 권한을 일절 갖지 못한다면, 정부 정책은 그들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21대 대선에서 이주민 관련 정책은 실종 상태다.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고기복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주민 관련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외국인 노동자 활용을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언급했을 뿐, 그들을 권리 주체로 바라보는 시선은 찾기 어렵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라는 위헌적 공약을 내걸어 차별을 조장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만이 ‘이주배경시민청’ 신설과 ‘이민사회기본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고 대표는 이 같은 주요 후보들의 이주민 공약 실종의 원인을 “표심을 의식한 전략적 침묵”이라 지적한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의미는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우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로 국회를 잃을 뻔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다시 세우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주체’는 누구인가?

투표권자는 단지 자신만이 아니라,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의 미래까지 결정하는 책임을 진다. 그들이 시민으로서 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정치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가?

부디 이번 대선이, 소중한 한 표가, 배제된 이들의 삶까지 품는 민주주의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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