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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자가 총명해지려면

입력 2025.06.04 01:03

수정 2025.06.0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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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회의 아로새김]위정자가 총명해지려면

옛날 당나라 때 백낙천이라는 시인이 있었다. 한시의 양대 산맥인 이백, 두보와 이름을 나란히 했던 대시인이다. 그런데 그는 정사의 잘잘못을 가려 황제에게 간언을 올리는 관직에 있었을 때는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올곧은 관리이기도 했다. 다음은 그가 올린 간언의 한 대목이다.

“천자의 귀는 스스로 밝아질 수 없으니 천하 사람들의 귀를 합하여 들은 후라야 밝아지게 됩니다. 천자의 눈은 스스로 밝아질 수 없으니 천하 사람들의 눈을 합하여 본 후라야 밝아지게 됩니다. 천자의 마음은 스스로 훌륭해질 수 없으니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합하여 헤아린 후라야 훌륭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천자께서 자기 두 귀로만 듣고 두 눈으로만 보며 한 마음으로만 헤아린다면 고작 열 걸음 안도 못 들으며, 백 걸음 밖은 볼 수 없게 되고, 궁궐 밖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넓디넓은 천하와 복잡다단한 정사에 있어서는 어떠하겠습니까?”(<책림(策林)>)

인터넷 같은 매체도 없었던 옛날, 천자는 무슨 수로 천하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보며 헤아릴 수 있었을까? 바로 신하들 덕분이었다. 신하들 모두가 사람들이 듣고 보고 헤아리는 것을 파악해 천자에게 전해주면 결국 천자는 천하 사람들이 듣고 보고 헤아리는 바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위의 요구는 천자뿐 아니라 재상을 비롯한 위정자 모두에 대한 요구였던 셈이다.

어디 봉건사회의 위정자만 이러해야 했겠는가? 위정자라면 어떤 사회체제에서든 반드시 이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주헌정 사회의 시민 또한 마찬가지다. 정치를 생업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하여 시민이 위정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입법, 행정뿐 아니라 사법, 언론 등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시민은 정치의 주체이며 어엿한 위정자다. 따라서 시민 모두 이러할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자기가 보고 듣고 헤아리는 것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입법, 사법, 행정, 언론의 권력자가 자신이 듣고픈 것만 듣고, 보고픈 것만 보며, 자기 마음대로 행하면서도 국가를 위한 행동이라고 우기는 오랜 작태를 끊어낼 수 있다.

그랬을 때 비로소 적폐를 일소하고 해악을 발본색원하는 일도 명실상부하게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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