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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종잣돈 0.98%’

입력 2025.06.04 18:39

수정 2025.06.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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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진보정당 후보들은 사표론에 시달린다. 소수 정당 후보의 낙선자 표는 주권자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죽은 표’라는 의미다. 사표론은 ‘거대 정당의 인질극’이라 불릴 정도로 양당제 폐해를 상징하는 한국 정치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다당제를 가로막고 진보층의 주권 행사를 침해하는 정치가 사표론이라는 비판도 되풀이된다. 반면 결선투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처럼 사표를 제도적으로 제거하는 정치 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득표율 3.6%)가 나섰던 2010년 서울시장 지방선거, 심상정 정의당 후보(득표율 2.7%)가 완주한 2022년 대선은 ‘0%대’ 격차로 보수 정당 후보들이 신승한 박빙 승부였다. 당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거부하고 완주한 노·심 후보 때문에 석패했다며 일부 민주당 지지층이 쏘아 붙인 것도 사표론이다. 사표 방지 심리를 활용한 진보 표심 흔들기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를 외치며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들도 이어졌다. 정권 교체를 위해, 보수 정당 후보들의 ‘젠더 갈라치기’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미안함이 ‘지못미’ 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내 삶을 알아주는 표는 사표가 아니라는 것, 반대로 기득권·독과점 체제의 죽은 정치를 지탱하는 표가 진짜 사표라는 항변이기도 하다.

0.98%(34만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21대 대선 득표율이다. 압도적 정권교체론에 밀린 초라한 득표지만 권 후보는 “다시 시작하겠다”며 “배제된 존재, 밀려나는 삶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지지율 1%대 후보가 아니면 쉽게 손 내밀고 기대기 힘든 ‘투명인간’들을 호명했다. 지난 3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 한시간 만에 권 후보 후원회 계좌에 들어온 후원금만 2억5000만원, 4일 새벽까지 모두 13억원이 쏟아졌다고 한다.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사표론을 딛고 득표한 3.9%가 진보정당 원내 진출의 밑거름이었듯 권 후보의 ‘0.98%’가 진보정치 미래를 응원하는 든든한 종잣돈이길 바란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가 4일 서울 구로 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 선거대책위 21대 대선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국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가 4일 서울 구로 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 선거대책위 21대 대선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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