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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식 인사

한창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거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엄지손가락만 한 거미가 눈앞에서 대롱거리고 있었죠. “깜짝이야!” 소리쳤습니다. 그때 거미도 움찔, 하고 몸을 움츠렸어요. 사람을 마주치지 않은 지 일주일쯤 됐을 때였습니다. 목소리를 낸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죠. 어디 무인도에 있냐고요? 농담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산골짜기에 살고 있을 뿐이라고요… 아무튼 당장이라도 막대기를 찾아 거미줄을 걷어내 거미를 밖으로 내쫓을 뻔했습니다만,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말했죠.

“야! ‘깜놀’ 했잖아!” 거미는 제 목소리의 파동에 따라 다리를 움찔댔습니다. 그가 겁을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저는 똑똑히 일러주었습니다. “너 있잖아! 인사 그렇게 하는 거 아냐! 같이 살고 싶으면 똑바로 해라!” 거미는 인사를 하던 패기는 온데간데없이, 잘못을 들킨 초등학생처럼 움찔거리더니 다시 줄을 올려 천장 구석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집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조금 상심한 걸까요? 어쨌든 저는 제 말이 전달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뒤로 거미가 그런 무례를 저지르는 일은 없었습니다. 돌아보니 그게 거미식의 인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고 보면, 왜 거미는 내 말을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걸까요? 저는 이제 그 거미를 ‘아는 거미’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루는 여느 때처럼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사마귀가 있었습니다. 노트북 키보드 화살표 키에 얇은 초록 다리를 꼿꼿이 올려놓고 있었어요. 방금 잎을 펼쳐낸 새싹처럼 연한 초록의 사마귀가요.

그런데 자, 이해가 안 됐단 말이죠. 방에는 그가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이 어디에도 없었단 말이에요. 방충망도 완벽했고 창문도 다 꼭꼭 닫아놨는데… 그런데 걔가 마치 자신은 거기서 솟아올랐다는 듯이 서 있었습니다. 그 사실에 놀란 제가 유난스럽게 보일 정도였다니까요. 사마귀가 표정이 있냐고요? 가까이서 봐봐요. 그 얼굴은 ‘뻔뻔함’이라는 사전에 들어가야 하는 얼굴이었다니까! 완전 당황스러웠죠. 물론 제가 혼자 일하는 걸 싫어하고, 그래서 라디오나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인터넷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의 ‘스터디 위드 미’ 같은 영상을 틀어둔 채 마치 같이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를 좋아하지만, 그 상대가 사마귀는 아니었다고요!

저는 말했죠. “야, 너 뭐야!” 그러자 그 애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어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넌 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그 순간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이제 우린 뭘 하지?’ 사마귀와 같이 있는 방법 같은 건 ‘위키하우’에도 없을 것 같았어요. 내가 널 봤으니까 이제 죽어! 말고 뭐가 있지? 네이버에 사마귀를 쳐봤는데 피부과만 나오고요. 여러분 사마귀 때문에 많이 힘든가요? 뭔 놈의 피부과가 그렇게 많냐고. ‘사마귀를 마주쳤는데 어떡하면 좋나요?’ 같은 질문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여전히 그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연두색 눈이 저를 향해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눈을 맞추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좀 가달라고 정중히, 아주 점잖이 말했는데 절대 안 가더라고요. 저는 하는 수 없이 할 일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스터디 위드 사마귀! 외롭지도 않고 집중도 꽤 잘됐어요.

그 순간 엄마가 터벅터벅 집으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를 불러와 사마귀를 가리키며 말했죠. 엄마, 얘 좀 봐! 그 순간 엄마가 커다란 손으로 사마귀를 감싸 쥐었습니다. 가공할 속도로 문을 열고 푸른 정원 쪽으로 그를 날려버렸어요. 기분이 정말 얼얼했습니다. 나는 사마귀의 이름도 몰라, 사는 곳도 몰라.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몰랐죠.

양다솔 작가

양다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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